요즘 이 책 읽느라 정신없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이 읽을 수는 없다.
이 평론집 덕에 이번 겨울 방학, 문학 작품 수두룩 쌓아 두고 읽을 맛 나게 생겼다.


1.
믈라덴 돌라르는 정신분석 상담과정에서 분석가와 분석주체 사이에서 거의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전이 사랑'에 대해 논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랑이다. 단지 분석 상황의 한 기능이자 그것의 불가피한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다. 만약 그것이 병리적인 것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사랑 그 자체가 고도로 병리적인 상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증거는 수두룩하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에서부터 호프만의 '모래인간'과 헨리 제임스의 일련의 단편들에 이르기까지. "사랑에 빠지는 일 속에는 자동적이다 못해 거의 기계적인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것은 이용될 수 있고, 또 남용될 수 있다."
(중략)
사랑은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듯 보일 때 가장 기계적인 매커니즘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2. 
그런데 '안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라캉은 앎(knowledge, 지식)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스스로를 알고 있는 앎'과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앎'이 그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앎과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모르고 있는' 앎이 있다. 우리의 향유(jouissance)와 우리의 진실(truth)이 존재하는 곳은 후자 쪽이다. 나는 나의 진리를 모른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그곳에서 나는 '즐긴다'.

3.
'몰랐다'는 것과 '알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많이 다르다. 나는 몰라도 나의 욕망은 알고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 우리에겐 "인생을 통째로 복습"해도 알 수 없는,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앎'이 있으며, 거기에 나의 진실과 향유가 걸려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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