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끌거림

일상 2010. 3. 1. 04:51


#경계도시2 단상 

대한민국 레드콤플렉스 문제는 그렇다치고,

계속해서 송두율 교수를 지칭하고자 하는 그 '경계인'이라는 단어 말이다. 다큐 속에서 보여준 그 사건을 보다보니 그 경계인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가 싶었다. 경계인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사회도 문제지만 경계인 그 자체에 대해서도 의심이 들었다. 경계에서 피는 꽃,을 상상하긴 한다만 경계가 있긴 있는 걸까 싶은. 아니면, 경계라는 것의 순수성을 강요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문제인 걸까. 아니, 그렇다면 경계는 없다고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물론 이런 고민을 한다고 해도, 경계는 있고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있다고 믿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도 싶다. 또 강박적으로 순수한 경계가 아니라 얼룩지고 희미한 것이 경계이지 않은가를 생각해 보아야겠지.  
 


이 다큐 이후에 본 의형제.

<경계도시> 다큐와 <의형제>를 본 이후, 계속 남아있는 꺼끌거림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개운해지지는 않다. 또 다른 사건들을 만나봐야만 잘 정리될 것 같다.

어쨌든.
의형제가 이념의 대립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남북문제를 다룬 영화라는 호평이 자자하다. 여러모로 영화가 좋았지만 그럼에도 자꾸 켕기는 아쉬움이 있었다.
극 중 간첩인 서지원, "나는 어떤 이념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누구도 배신하지 않으려 했을 뿐 그저 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다고 말하는 이 인물이", 난 오히려 되게 뻔하고 (대안이라기보다) 안일한 설정 같았다. 그리고 어떠한 강박증이 불편하게 다가왔는데, 그건 '나는 무슨 주의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닌 가족과의 행복이 더 중요한 평범한 개인일 뿐' / 이 '뿐' 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왜굳이강조?', 손사래치며 한발자국 물러나는 이미지.

이념을 넘어서, 라는 말은 좋은데 그 이념을 넘어선 자리를 이미 꿰차고 있는 건 뭘까. 이념 없는 것이 제일 강한 이념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 

이념이 뭔지도 모르는 평범한 개인들이 희생을 당했다,는 식의 문장이 나는 꺼림칙하다. 근현대사를 공부할 때 습관처럼 되게 쉽게 쓰는 말이지 않은가. 그게 하나의 진실이라는 걸 알지만서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 마치 '죄없음'을 '인정'해주는 듯한 뉘앙스로 보여서다. 아 이념좀있으면뭐어때 무슨주의있으면어때 그렇게 말하고 싶다. 개인 앞에 저러한 수식어를 꼭 왜 적어야만 하는걸까. 일상에서도 느끼는 문젠데, 가끔 대화 자리에서 "아 제가 무슨 주의를 갖고 있는 건 아니고요" 라는 말을 꼭 덧붙이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이런 말을 가끔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말의 끝자락에 밟히는 미묘한 수치심이 있다. 변명 혹은 방어처럼 이런 말을 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실,이 아니라 강박적인 방어가 되는 듯한 기분이 싫다. 그러니까 그것에 신경이 쓰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결국은 송두율 교수 사건의 문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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