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다

일상 2008. 2. 19. 20:34


끊임없이 흘러 들어오는 추억의 강을 받아 들이고 있던,
잠기지 못한 글들과 이미지가 떠다니던 바다가 있다
이 길로 계속 걸어가면 그 바다가 나올거라는 걸 알지만 아무도 가보진 못했다
제 안에 고인 바람을 밖으로 밀어내어 아무도 그 곳에 갈 수 없었다 아무도 그 바람을 맞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날서게 검푸르던 그 바다, 촉수가 얼어붙을 차가움에 갈매기도 발을 닿지 않았다
그러다 그 바다와 마주보던 하늘이 먼저 자기 마음을 조금 연다
쉼없이 떠다니며 틈을 내지 않던 구름들 중에 하나가
바다를 내려다 보기 위해 잠시 길을 멈추어 섰음이리라
그리고 그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비치며 그 햇살을 타고 조그만 배 한 척이 내려왔다
넓고 넓은 바다에 비하면 아주 자그마한 유랑하는 배
그 한 줄기 햇살이 비친 곳은 바다가 생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 그것은 조그마한 배꼽이 되었다
이제 바다는 하루종일 그 배의 걸음 만을 좇고 있다
바다는, 밤이면 그 배가 고요히 머무르며 잠들 수 있도록 파도의 움직임마저 멈추어 버린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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