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서 인간이란 이름이
떨어져나간 지 이미 오래
이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흩어지면 여럿이고
뭉쳐져 있어 하나인 나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왜 날 이렇게 만들어놨어
난 널 해치지 않았는데
왜 날 이렇게 똥덩이같이
만들어놨어, 그러고도 넌 모자라
자꾸 내 몸을 휘젓고 있지
조금씩 떠밀려가는 이 느낌
이제 나는 하찮고 더럽다
흩어지는 내 조각들 보면서
끈적하게 붙어 있으려 해도
이렇게 강제로 떠밀려가는
변기의 생, 이제 나는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니다

무인칭의 죽음/ 최승호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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