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05.25
  2. 2010.10.12 달려라 토끼야

일상 2016.05.25 09:55


눈을 뜨자마자 낯선 기운에 몸을 빠르게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가끔 촬영을 위해 들리는 아파트, 그것도 208호 집 안이었다. 이 자리에 앉아 집주인 할머니와 수다를 떨곤 했었지. 난 대체 언제부터 여기서 잠을 잤던 걸까. 몸이 몹시 무거웠다. 너무 피곤해서 내일 출근할 일이 걱정되었다. 그냥 이대로 다시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행여 아침잠 없는 옆집 할머니가 새벽에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나를 본다면? 침입자로 생각해 그 무뚝뚝한 얼굴로 호되게 소리를 지를 게 뻔했다. 그런데 왜 208호 할머니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시지 않은 걸까?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딸이 사는 곳에 몇 일 가있을 거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그 기간이 길어지나 보다. 아니면,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이 집으로 몰래 들어온 걸까? 하지만 이 생각마저 압도하는 것은 할머니가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시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다. 방은 할머니의 손을 타 몹시 깔끔했고 곰팡이 자국이 흘러내리는 한쪽 벽에 꽃나무들도 싱싱한 그대로였다. 다음 날 나는 여전히 무거운 몸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이미 회사 사람들은 점심 식사를 준비 중이었다. 대표가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많이 만들어왔다. 사람들은 식탁을 만들고 식기와 음식을 날랐다. 같이 작업하는 디자인팀들도 와서 작은 사무실이 복닥거렸다. 음식이 다 차려지고 배가 고픈 나는 서둘러 의자에 앉으려는데 다른 사람들이 일어선 채 그대로였다. 그때 벽 한쪽에 걸려 있던 텔레비전에서 소리가 났고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그쪽으로 시선이 향해 있었다. 화면에서는 아프리카 부족인 듯 보이는 사람들이 군무를 추고 있었다. 지금껏 본 부족민들의 춤은 질서는 있되 각자의 움직임이 자유로웠는데 화면 속에서는 똑같이 각을 잡고 움직이는 모습이 영 낯설었다. 사람들이 서서히 부족민들을 따라 추기 시작했다. 나 역시 따라 출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따라하는 게 어색했지만 이내 익숙해지고 나도 모르는 새 안무를 익혀 능숙하게 추고 있었다. 자꾸 늘어지던 몸이 가벼워지고 있었다. 모두들 춤에 취한 그때 회사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여자가 들어왔다. 전해줄 게 있다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무언가를 툭 던졌다. 그러고는 가엾은 표정을 지었다. 여자의 등뒤에는 작은 사내 아이가 있었다. 아들이라고 했다. 여자는 밥을 좀 먹고 가면 안되겠냐고 하였다. 그러면서 더욱 가엾은 표정을 짓는데 아이는 여전히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았는지 작은 몸을 움츠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대표는 한발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음식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 말에 여자는 갑자기 표정이 사납게 변하더니 사무실 주위를 계속해서 빙빙 돌았다. 모두가 그 말에 동의하는 건지 확인하고 싶은 듯 한 사람 한 사람을 노려보았다. 나는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여자는 갑자기 신경질적인 몸짓을 멈추고는 아이의 팔을 낚아채서 문 밖으로 나갔다. 그때 내가 몸을 날려 아이의 팔을 잡았다. 이 아이에게 먹을 것을 조금이라도 주고 싶다면서 음식을 입에 넣었다. 아이는 슬픈 표정으로 음식을 삼켰다. 그런 나를 여자는 흘겨보았다. 그리고 더 힘을 주어 아이를 잡아 데려갔다. 하지만 아이의 신발 한 짝이 없었다. 여자는 신발의 행방을 추궁하며 아이의 머리를 쥐어박기 시작했다. 끝나지 않을 듯 일정한 간격으로 주먹이 아이의 작은 머리를 쳤다. 그 행동이 반복될수록 모자가 서있는 자리가 조금씩 내려앉았다. 나는 땅밑으로 멀어져가는 그들을 향해 이것은 다 내 잘못이니 때리지 말라고 울며 애원하였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TAG

달려라 토끼야

인용 2010.10.12 00:12

"어, 어, 어!" 토끼는 소리를 치고, 자기의 누이를 감싸려고 일어선다. 어머니는 비웃으면서, 급히 일어나 사라진다. 그들은 두 집 사이의 좁은 공지에 와있는데, 그와 소녀 두 사람 뿐이다. 소녀는 제니스 스프린저다. 그는 자기 어머니에 대해 설명을 해보려고 애를 쓴다. 제니스의 머리는 그의 어깨를 유순하게 쳐다본다. 그녀를 팔로 껴안을 때 그는 그녀의 두 눈에 핏발이 서려 있는 걸 알아챘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이 있지는 않아도 그는 여자의 호흡이 눈물 때문에 뜨거워져 있음을 느낀다. 두 사람은 저지 산의 레크레이션 홀 뒤로 와 있다. 뒤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고 자꾸 밟아서 굳어진 벌거숭이 지면이 있고, 지면에 묻힌 깨어진 유리병 조각이 눈에 띈다. 벽 쪽에서 두 사람은 확성기로 펴져 나오는 웃음을 듣는다. 제니스는 핑크색 무도복을 입은 채 지금 울고 있다. 그는 심장이 마비된 것 같음을 느끼면서 어머니는 '나'를 지금 붙잡고 있을 뿐이라고 되풀이해서 말해보지만, 소녀는 계속해서 울고 있으며 그가 두려워하던대로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하고 피부가 천천히 뼈에서 뭉그러지기 시작한다. 한데 거기서 뼈는 더이상 밖으로 드러나지를 않고 밑에서 비져나오는 것은 좀 더 녹은 것뿐이다. 그는 두 손을 컵모양으로 오므리고 그 녹아내리는 것을 받아 다시 맞추어 놓아볼 생각을 한다. 그러나 살이 그의 손바닥에 둥글게 방울져 떨어지자 고기가 그 자신의 비명때문에 하얗게 변하고 만다. 

달려라 토끼야, 존 업다이크, p94



몸과 마음이 맥을 못 추리는 그런 꿈. 요즘 자주 꾼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