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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아침

일상 2012. 3. 29. 12:22

아침에 엄마를 배웅하러 터미널엘 갔다. 엄마는 집엘 바로 가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 다니다 들어갈 거라 했다나는 묻지도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는 엄마가 좋다. 나도 어디든지 가고 싶었다. 날씨가 좋았다. 출근 시간을 약간 비껴간, 날씨 좋은 평일 아침이었다. 엄마 나 지방 내려가서 살래, 아니면 외국가서 살아도 돼? 그래 차라리 외국 나가서 살아라. 너는 이미 그럴 줄 안다고 했다. 그래도 아직 나에겐 감당해야 할 짐이 많다. 자유롭고 싶다. 책임으로부터가 아니라 내가 만족할 만큼 온전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롭고 싶다. 나를 어디에 둘 것인가, 내 둘레를 어떻게 넓혀 나갈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또 힘이 들어 간다. 쉬운 게 없다. 몇 번은 더 몸부림쳐야 겨우 남들 같아지는 환경에 감사한다. 진심이다. 두통은 이제 완전히 나아졌다. 그날 새벽 내 두뇌는 지문 한뼘 만큼 이동한 지도 모르겠다. 탈 많은 스물 아홉이다. 예전보다 더 힘들어진 건 아니고 예전엔 없던 경험을 겪었다. 겪는다. 사랑의 고통도 그 중 하나다. 내가 사람들에게 잘못하는 게 너무 많다. 그래도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생겨 먹은대로 살아야 한다.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안다. 그런데도 왜 이리 헤매는지 모르지만 헤매는 나를 이해해주면, 계속 살아갈 수 있다. 엄마가 팔을 크게 흔들고 돌아서는데 빵빵한 배낭이 보였다. 가끔 엄마가 크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는 것만 보면 내마음 귀퉁이가 툭툭 터지는 것 같다. 돌아서 봄 풍경에 멍하니 서 있는데, 왠지 평안하고도 불안해서 나는 그만 또 짜증이 났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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