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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1 스무 살

스무 살

일상 2009. 3. 1. 02:21

 


따뜻한 봄날 어느 일요일의 결혼식, 친척 모두 모여 건물 앞에 소복히 모여 있는 풍경.
머리에 파마 말고는 엄마 손 잡고 골목길 걸어 가는 아이. 이런 것들 상상하는 버스 안.

햇살이 뭉치로 들어 오는 책상 위에 앉아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달콤한 낮잠.
영화 세미나. 다큐 '사이에서' . 손바닥을 앞 뒤로 슬쩍이 뒤집으며 숙명을 이야기하는 감독의 나레이션.
걱정해도 하염없이 걱정, 생각해도 진전없는 생각 그리고 웃어도 계속 웃음. 친구와 전화 수다.
밤 12시 술 취한 아저씨가 버스를 타고 고개가 꺾이도록 잠을 자는데 커브를 돌 때마다 바닥에 자빠질듯 기우뚱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불안함.


그리고. 잠들기 전 이장혁의 노래. '당신 세대' 나는 왠지 부러운 당신 세대. 당신. 당신.



이장혁/스무 살

내가 알던 형들은 하나, 둘 날개를 접고 아니라던 곳으로 조금씩 스며들었지
난 아직 고갤 흔들며 형들이 찾으려했던 그 무언가를 찾아 낯선 길로 나섰어
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의 수상한 질서
하지만, 난 상관없는 듯

너는 말이 없었고 나는 취해있었어 우리에겐 그런게 익숙했던 것처럼
귀찮은 숙제같은 그런 나를 보면서 더 이상 어떤 말도 넌 하기 싫었겠지
내가 말한 모든건 내 속의 알콜처럼 널 어지럽게 만들고

밖으로 밖으로 너는 나가버리고 안으로 안으로 나는 혼자 남겨져
밖으로 밖으로 널 잡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나는 취해만 갔어

어둡고 촉촉한 그 방안 그녀는 옷을 벗었고 차가운 달빛아래 그녀는 하얗게 빛났어
나는 그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고 창밖이 밝아왔을 때 난 모든걸 알았지
그녀가 예뻤냐고, 그녀의 이름이 뭐냐고 가끔 넌 내게 묻지만... 

밖으로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고 안으로 안으로 그녀는 잠들어있어
밖으로 밖으로 달아나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우린 벌거벗었어
밖으로 밖으로 눈부신 태양이 뜨고 안으로 안으로 날 비추던 그 햇살
밖으로 밖으로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안으로 안으로 하지만 난 울고 있었어 

난 울고 있었어 난 울고 있었어
넌 울고 있었어 우린 울고 있었어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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