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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6 그녀 곁을 지나가기를 소망했다. 2

세 명의 중년 사업가들이 그 문을 향해 다가간다. 그들은 함께 걸어가고 있지만, 모두 제각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하다. 그 관찰자는 다시 이들 중 첫 번째 남자의 비극적 운명을 예견한다. 안경을 끼고 걸어오는 그는 폐쇄된 투명 유리문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팔도 뻗지 않은 채, 얼굴이 바로 유리문에 부딪힌다. 안경이 위쪽 코뼈에 붙은 얇은 살점을 짓눌러 찢어 놓는다. 이 남자는 아무런 주의를 하지 않고 있다가 그냥 정면으로 충돌해 버린 것이다. 코피가 흐르자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일행 중 한 명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급사에게 사고를 알린다. 그러자 급사가 그 소식을 다시 전달하고, 구급상자를 든 다른 급사가 서둘러 달려온다. 다친 손님은 응급 처치를 받는다. 세 남자의 얼굴, 심지어 문에 부딪혀 상처 입은 남자의 얼굴도 이 사고 내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고 침착하며, 어떤 흥분이나 분노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왠지 모르게 진지하면서도 슬퍼 보인다. 전반적으로 볼 때 그런 경악스러운 순간마저도 그들이 생각을 딴 데로 돌리게 만들 수 없을 정도의 뭔가 무거운 것이 그들을 몰두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은 옷에 레이스가 달린 하얀 앞치마를 두른 한 금발머리 아가씨가 유리문 뒤의 담배 가판대 앞에 앉아 잡지를 읽고 있다. 오늘 저녁에 이러한 충돌 사건들이 계속해서 잇달아 일어나는데도, 단 한 번도 그녀는 자신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위로 향한 적이 없었다. 비인간적인 존재나 초자연적인 존재만이 이렇게 무관심하게 앉아 있을 수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반쯤 숨겨져 있었기에, 곱절로 더 강력하게 작용하였다.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그녀 곁을 지나가기를 소망했다. 그 문을 가볍게 통과하도록 유혹하는 바로 그러한 그녀의 모습이 사람들이 폐쇄된 유리문이 기괴하게 부딪히는 것과 분명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커플들, 행인들>> 중 <차량의 강물>_ 보토 슈트라우스 지음

 
이 책 정말 재밌어. 엄청 진지한 글투인데 정말 웃긴다. 아, 이런 감수성 좋아. 외워야지, 보토 슈트라우스 보토 슈트라우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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