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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낫데어

일상 2008. 6. 29. 15:46

 

1. 툭하면 ‘방황하고 있어’ 라는 말을 내뱉는다. 어차피 방황이라는 것도 잡지 못하는 것을 잡기 위함이 아닌가. 그럼, 방황은 ‘길을 잃은 자인가’ ‘길을 찾는 자인가.’ 길을 잃은 자라고 하면 목적의식이 분명한 상태일 거고 길을 찾는 자는 아직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한 사람일거다. 후자가 더 못한 삶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난 후자의 방황이 더 매력적이다. ‘나’ 로 불리기를 끝까지 거부하면서, 정체성을 확립하려 하기보다 그 과정을 삶으로 여기는 것. 무언가를 위해 고통을 극복하기보다 자꾸 단단해지는 고통의 극복과정을 즐기는 사람.

‘어떻게’살아갈 지, ‘왜’사는지, ‘무엇이’나를 살게 하는지, ‘언젠가’방황은 멈추는 건지, ‘어디에’나는 있는 건지, 나는 ‘누구’인지. 의미를 찾으려 할수록 무의미 해진다. 그 무의미함은 또 내게 무엇인지. 내 식으로 대답하자면, 그 무의미함을 느끼는 것이 삶이다. 그렇다면 종착지는 죽음인건가. 태어나서 죽음까지..

정체성은 없다. 다만 정체성을 찾는 과정 만이 있을 뿐이다. 아니, 그 찾아가야 할 정체성조차 없을 지도. 영화 '아임낫데어'에 이런 말이 나온더라. '사람들은 자유를 꿈꾼다. 그래서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방식대로 사는 건 자유가 줄어드는 일이다.'

2.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라고 머릿속에서만 발버둥치면서 또 다른 자아를 위한 립서비스만 하진 않기를. 사실 난 쉽게 관념적인 구호들에 마음을 뺏기고선 그 아우라에 취해 되뇌이는 것만으로도 기분좋아 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기에 금방 또 회의가 찾아온다. 내가 좋아하는 말들이 나를 얼마나 변화시켰는가 하고 자기 반성을 하는 거지. 하지만 그 자기 반성은 이내 자기 변명만.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잦은 반성과 변명의 습관화 속에서 살다가도 눅눅한 삶에서 기어 나와 볕에 정신을 말리는 날들엔 말이다. 그땐 피로한 정신이 빠져 나간 육체가 나의 성장을 증명하기도 하더라. 아 그래도 나 달라지긴 달라지는구나, 몸이 변한다는 게 이런거구나,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반응해 주는 몸, 이렇게 더디지만, 미끈미끈하게 조금씩 성장하는구나. 그러니까 뿌리깊은 긍정적인 마음은 잃지 말아야겠구나.

3. '아임 낫 데어'에서 밥 딜런이자 밥 딜런이 아닌 한 사람의 대사, '내가 하는 모든 건 저항이에요'
중력에 충실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 저항한 사람. 또 나는 그런 구호들에 헤벌레.

4. "많은 사람들은 사랑 안에서 영원한 고향을 찾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사랑 안에서 영원한 여행을 찾는다."

5.  '나'에 대해 글을 쓸 때면, 나는 왜 이런 글을 쓰는 걸까 이게 내가 맞긴 한 건지 그냥 글은 글일 뿐인 건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 보면 그게 '나'였고, '그 때에 가장 충실한 나' 였더라.

그러니까 난 나에 대해서 선언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늘 생각하듯 그건 내겐 가장 어려운 일이고
무엇보다 나는 살고 싶으니까.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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