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기록

여행 2014. 6. 15. 03:45

 

 


인도 사람들은 해가 뜨기 직전의 강물이 가장 따뜻하다고 믿는단다. 그건 해가 떠오르기 전이라, 그러니까 아직 강이 해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안개에 가려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이 심장이 시릴 정도로 차가울 이른 새벽의 강물 안에서 소처럼 느리게 몸을 적시고 있었다.  

 

 

 

아들이 어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지은 사원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기울어지는 중이란다.
바라나시에서 머무는 동안 갠지스강을 바라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인간들이 내던지는 고통과 슬픔과 바치는 정성과 매달리는 구원의 바람이, 저 강에게 얼마나 짐이 될까. 희미한 가로등이 막 켜지기 전, 해질녘의 하늘은 무척이나 하얬고 아이들이 띄워올린 팽팽한 연들도 그제서야 힘을 풀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몸을 한번 뒤집을, 가장 평온해 보이던 강물.

 

 

어쨌거나 각자의 시선, 각자의 믿음.

해질녘의 그때, 아주 오래 화장터 앞에 있었던 날. 나는 내 느낌대로, 너는 보이는 모습과 다르다고 말했다. 서로가 많은 말을 나누진 않았다. (인도, 바라나시)

 

 

 

 

 

얼어 죽을 것 같았던 버스 안에서의 열 시간, 어차피 흔했던 성희롱,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 장사치들의 소란, 해가 뜨기 전 새벽의 추위, 유령처럼 배회하던 몇몇 사람들, 힘이 다할 때쯤 찾은 숙소. 배에 묶인 가방의 벨트를 푸는 탁하는 소리에 긴장이 풀려 화장실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시원하게 오줌을 누며 하루 사이에 벌겋게 튼 손을 바라보았다. 돌아가 침대에서의 길고 긴 잠, 아름답던 꿈. 원숭이들이 지붕을 뛰어다니는 소리에 잠을 깼다. 늦은 아침이었다. (쉼라, 인도)  

 

 

 

 

원숭이가 원숭이신(하누만)을 바라보고 있다. 원숭이가 유난히 많은 쉼라. 과자를 먹으며 길을 걷고 있었는데, 하필 그 거리에 나밖에 없었다, 갑자기 원숭이 두 마리가 숲 사이에서 펄쩍 뛰어 나와 난 기겁을 하며 과자를 급히 주머니에 넣고 씹던 입도 꽉 다물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게 숨죽이며 가던 길을 걸었다. 내 뒤통수를 바라보고 있을 원숭이의 눈길을 느끼며. 어느 날엔 걷는 나를 한 인도 여자분이 뒤에서 안아 옆으로 비켜서게 했다. 알고 보니 원숭이가 내 뒤에서 카메라 가방을 노리고 있던 거였다. 짧은 순간 땡큐를 다섯 번 이상은 말했을 거다. 그러고 보면 특히 쉼라에서 사람들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고, 그건 모두 인도 여자들 덕분이었다. 쉼라가 다른 지역에 비해 여러모로 여유로운 곳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쉼라, 인도)

 

 

 

 

 

(쉼라, 인도)

 

 

 

오가는 길에 눈에 띈 이 전단지가 실종자를 찾는 내용일 거라고 짐작했다. (어쩜 수배 전단지였을까) 바라나시에서는 내가 묵던 숙소의 카운터에 실종된 외국인을 찾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그 종이를 꽤 자주 봐서 거길 떠날 때쯤엔 실종자의 얼굴을 기억할 정도였는데,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러진 않았다. (리쉬께쉬, 인도)

 

 

 

 

네팔 나가르코트로 가던 길. 능숙하게 승객을 태우고 내리고, 헷갈릴 것 같은 데도 사람 한 명 놓치지 않고 요금을 받던 소년. 운전 기사는 소년이 버스를 탕탕치는 소리에 맞춰 차를 멈추고 출발시켰다. 하나의 리듬처럼 느껴지던 순간의 풍경. 버스는 심하게 덜컹거리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매연은 어찌나 심하던지. 수건으로 막아도 코안은 매웠고, 그 와중에도 좋아하는 인도 과자를 신나게 까먹었다. 어느새 불어난 승객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버스를 가득 메우고, 아기 엄마에게 자리를 피할 수도 없어 안고 있는 아기를 친구가 받아 안았다. 꽤 큰 아기였는데도 가볍다고 했다. 점점 지대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한 무리의 주민들이 내리고 조금 더 오르자 목적지인 종점에 도착했다. 기미도 없던 체기가 갑자기 오르고 숙소에 도착해선 과자를 토하고 저녁으로 조금 마신 핫초코도 다 토하고.

 

 

 

 

세상의 끝, 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가르코트의 한 게스트 하우스. 산책을 간다는 우리에게 숙소의 주인이 친절히 그려준 주변 지도. 뇌가 두 개니까 알려준 대로 잘 다니겠지? 라고 그가 농담을 했고 우리 셋은 하하하 웃었다. 그런데도 우린 너무 쉽게 길을 헤맸다. 묻고, 또 묻고, 물어도 헤매고 묻지 않으면 더 헤맸고. (네팔, 나가르코트)

 

 

 

 

 

내내 비를 맞고 산속을 걸었다. 해가 거의 저물 무렵에야 몸이 피곤한 걸 느꼈고 찬바람에 땀이 빠르게 마르자 두려움이 찾아왔다. 오를 땐 눈에 잘 띄던 롯지도 보이지 않았다. 많이 절박해질 즈음에 발견한 허름한 롯지. 어떻게든 하룻밤 재우려는 주인은 발빠르게 우리를 안으로 들였다. 그가 저녁으로 만들어준 면요리는 외국인 입맛을 배려하지 않은 지나친 향신료 투입으로 거의 남겨지다시피 했다. 숙소의 벽은 얇은 나무판자로 만들어졌다. 이 헐거운 숙소가 산의 찬바람을 잘 막아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잤다. 잠결에 친구가 챙겨주는 감기약을 먹었다. 우린 깨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가 정신없이 아침 공기를 마셨다. 신선하고 단 공기가 발끝까지 전해지며 잠에 덜 깨 휘청거리던 몸을 바로 세워주던 그 순간의 느낌. (네팔, 히말라야 자락)

 

 

 

 

네팔에서 다시 인도로 넘어가기 전, 고락뿌르 역.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는 기차를 얼마나 오래 기다렸던가. 그렇다고 시간이 지겹게 흐르던 건 아니었는데. (네팔, 고락뿌르)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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