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벤더스와 훌리아노 리베이로 살가두가 공동 연출한 <제네시스>. 사진가 세바스치앙 살가두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훌리아노 리베이로 살가두는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아들. 공동 연출이라 그런지 아마도 빔 벤더스가 모든 걸 장악하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힘을 뺀 연출이 좋았다. (특히 예술가 삼부작의 이전 작품인 <피나>와 비교해보면.) 그럼에도 아마 빔 벤더스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이 다큐멘터리의 기본 구성인, 자신의 사진을 두고 살가두가 이야기하는 장면은 영화가 끝나고서도 가장 오래 남는 이미지다. 연출자는 살가두의 사진을 보여주고 살가두의 목소리를 나레이션으로 흘리는데, 그사이 간간이 마치 수면에 얼굴이 비치듯 살가두의 얼굴을 사진에 통과시킨다. 그가 자신의 사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고개를 앞으로 내밀 때 사진을 쑥 통과해 그의 얼굴이 눈앞에 등장하는 식이다. 이미지와 이미지를, 그것도 긴밀히 연결된 두 이미지를 이렇게 맞대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살가두를 다룬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아니 이야기. 젊은 시절의 살가두는 ‘다른 아메리카’ 프로젝트를 위해 남미의 오지 마을에 들어가 있었다. 당시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고 수염도 깎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어느 날 마을의 한 주민과 같이 길을 걷고 있는데 그가 살가두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신은 지구의 모습을 신에게 전하기 위해 내려온 ‘신의 사도’일 거라고. 살가두는 그가 자신을 정말 그런 존재라고 믿었던 것 같다고 했다.

 

생각보다 이 말은 무척 강렬했는데, 그건 나 역시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지구를 알고 싶어하는 어떤 존재에게 이곳을 소개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거라고, 이유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그 말 자체로 느낌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그가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지구라는 세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제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의 사진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데서도 오는 것 같다. 현장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 몸으로 부딪치며 찍은 끔찍한 사진들에서 느껴지는 가느다란 아름다움은 어떤 거리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 거리는 특별하다. 설명할 수 없지만 특별하다는 걸 느낀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그가 신의 사도라는 걸 믿어보고 싶게 한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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