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병원에서 그저 세상을 관찰하던 소년 볼탕스키는 어느 날, 대로를 지나는 사람들을 세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 그러다 600만 명이 됐을 때 그는 중얼거린다. “모두 죽었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죽은 사람이 600만명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이해하려 했다. 그는 아티스트가 된 후, 전쟁 속 죽음을 넘어 보편적인 죽음이라는 근원으로 들어갔고, 거대한 집단학살이 반복되는 인간의 역사를 꿰둟어 보고자 탐구했다.

 

-“세상엔 선명한 진실이 별로 없잖아요. 또 그래야 이 사람 저 사람 다 자기를 투영해 볼 수 있고요. 예술은 정교하지 않을 때 포용력이 커지고, 보는 이들이 각자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가져갈 수 있어요. 너무 꽉 차고 선명하면 관객이 마음 붙일 데가 없어집니다.”

 

-“우리 인간들은 매우 착한 일을 할 수도 있고, 아주 악한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권력이 생기면 두려움이 없어져요. 예전에 파리는 ‘유대인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한다’는 고약한 법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우리집 고양이가 이웃 아주머니댁에 오줌을 싼 거예요. 정말 좋은 이웃이었는데, 그날 저녁 찾아왔더라고요. 오늘 밤 안에 당장 고양이를 죽이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날 우리 고양이는 죽었어요. 이는 권한을 갖게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네 살, 다섯 살 그때일 거예요. 사람들은 모두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무수히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무서웠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일까? 왜 그랬을까?’ 그때부터 이해하려고 노력한 거죠. 분명히 그들은 나쁜 짓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라면 어떨까요? 권한을 갖게 된다면 나 또한 어린아이를 죽일 수 있는 거죠. 멀쩡한 이웃이 고발하는 것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사람들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과연 우리 안에 있는 착한 모습과 악한 모습을 조정하는 권력이 무엇인지 그걸 주시하게 됐습니다. 사람이 원인이 아니에요. 우리 내면의 단추를 누르는 자가 종교인인지, 정치인지, 기업인인지, 언론인지 그걸 살펴야 합니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인터뷰, 경향신문)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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