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샤허)

여행 2016. 6. 8. 00:19

해가 진 샤허의 거리에는 아주 멋진 가로등이 거리를 밝힌다. 거리엔 아직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두 손 가득히 짐을 들고 가는 여자들과 어깨동무를 한 소년들과 손을 잡고 걸어가는 소녀들이 있다. 여름이라도 해발 3천 미터인 이곳은 해가 지면 춥다. 털이 달린 티벳 전통옷을 입은 남자가 멈춰서더니 어린 아들의 옷을 바짝 여민다. 불편한지 아이는 칭얼거린다. 그는 아들을 번쩍 들어 품에 안고는 다시 걸어간다. 그리고 뒤따르는 아내를 돌아본다. 여자는 더 어린 아이를 안고 있다. 가로등 빛들 아래를 느리게 걸어가는 네 가족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왜 이리 애틋하고, 서글픈지. 나는 다정하고 따뜻하고 평화로운 것들에서 불안함을 느낀다. 깨어질까 두려운 느낌. 그래서 좋은 것들을 보면 늘 서글픔을 함께 느낀다. 아마 티벳 원주민들이었기에 더욱 눈이 갔을 것이다. 이 땅에 이들이 원하는 평화와 평온이 깃들기를. 서로의 옷깃을, 기척을 살피는 따뜻함이, 그런 존재들이 주는 위안이 감히 영원했으면. 모든 집들이 평온하고 따뜻했으면. 그리고 그런 집에 무사히 돌아가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당연해지기를.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