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아름다운 풍경들이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는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인 것 같다. 인간의 아주 오래된 풍경이라는 의미에서도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카슈가르의 올드 시티를 걸으며 집 앞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았다. 올드 시티가 자리한 곳에서는 2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흙과 벽돌로 지은 나즈막한 집들이 늘어서 있고 골목은 곳곳에서 갈라져 초행인 사람들은 돌아온 길을 기억하기 쉽지 않다. 바닥은 편편한 돌로 깔끔하게 깔려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아이들은 쪼그려앉아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공을 차며 뛰어나니거나 조금 더 큰 애가 작은 아이 손을 잡고 이리 저리 끌고 다니거나 한다. 발걸음을 따라잡느라 뒤뚱거리는 아기들의 뒷모습이 무척 귀엽다. 형의 주위에는 언제나 작은 까까머리 아이들이 따라다닌다. 언니들은 동생의 머리를 묶어주고 무릎 위에 앉히곤 들썩거려 준다. 그 앞을 뛰어다니는 대여섯 살 되어보이는 꼬마들은 웃거나 울거나 소리치며 영원히 지치지 않을 것처럼 놀고 있다. (문득 궁금해지는 아이들이 논다는 것) 나는 좀 더 마음에 드는 골목에 멈추어 그늘 밑에 앉았다. 어디든 담벼락에 남기는 아이들의 흔적은 비슷하다. 도형만으로 그린 사람, 산수 풀기, 무엇보다 다양한 스티커를 일렬로 붙여두는 것. 한 아이가 내 옆에 나란히 앉았다. 한눈에 봐도 심심한 얼굴의 표정이다. 나를 한번 보고 하늘도 한번 보고 노는 친구들도 보더니 손으로 눈을 비빈다. 이미 아침부터 오래 놀았는지 손은 지저분하고 맨발로 다녀 발도 까맣다. 아이는 땅에 떨어진 작은 쇠구슬을 발견했다.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이 방울 같았다. 그걸 집은 아이의 표정은 순간 호기심 가득하게 바뀌더니 작은 손가락들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방울을 유심히 살펴본다. 관찰이 끝났는지 그걸 바닥 위에서 굴리고는 멀리가지 못하게 빠르게 손으로 막는다. 위로도 던져보고(하지만 작아서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조심하는 몸짓으로)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기기를 반복하기도 하였다. 오래 쪼그리고 앉아선 방울과 놀던 아이가 갑자기 콧물를 크게 마셨다. 순간 집중이 풀리며 쳐다보는 나를 느꼈는지 물끄러미 올려다 본다. 맑은 얼굴. 내가 미소지어 보이자 아이는 관심 없는지 다시 구슬이 있는 땅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연히 발견한 낯선 물건에 빠져 노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잃어버렸거나 혹은 희미해진 옛날이 바람처럼 불어오는 것 같았다. 아주 먼 옛날의 풍경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묘한 현기증. 눈 앞에 노는 아이처럼 나 역시 집중해서 이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놀고 있는 아이들을 거리에서 좀 더 자주 보고 싶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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