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타임오분

일상 2008. 4. 25. 02:00


휴강이라는 말을 했었던가
수업자료를 찾느라 십오분 늦게 들어선 교실엔 아무도 없었다
교실 귀퉁이 몇 평을 차지하고 있는 햇살과 드문드문 창을 통과하는 새 소리만 들릴 뿐

삼초간을 멍하니 서있는데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해방감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밀려 왔다  난 잽싸게 커피 한 잔을 뽑아와선 햇살을 간신히 비켜간 곳에 앉았다

살아라 강요하던 날들도 다 지나간다
나를 위로하는 건 계절 뿐이라 생각했으므로 난 봄에 예의를 다하려 노력했다, 했을 뿐이다
봄 날씨가 좋아 어찌지 못했던 날들에도 명치는 늘 뻐근했고 그곳에 둘러앉은 체증들의 웅성거림을 견뎌야 했다  그러면서 난 살기를 강요하는 것들에 얼마나 회의가 들었던가  벚꽃 날리는 풍경은 우는 모습 같았다 그제 봄비를 맞고 추락한 꽃잎들에선 희미한 웃음을 보았다
인생이 지난 달보다 몇 편의 영화를 더 보고 몇 권의 책을 더 읽고 글을 썼고 심지어 진정성을 이뤘고 혹 살에 와닿는 몇 평 더 큰 방으로 옮긴 것으로 차이가 생기는 게 아니라면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면 난 이 지루한 생의 반복을 앞으로 어떻게 견딜수 있는 것일까

늘 마지막이라 불리는 날엔 마무리되지 않는 것들 아니 마무리 되지 못할 것들을 서둘러 불러 모아선 함께 반성의 기도를 한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여전히 똑같이 되풀이 되는 일들을 '새로운 마음가짐' 하나로 반복해 나갈 뿐이다


그냥 이대로 난 이러면서 계속 살아 가겠지 이 모든 것이 과정이니까
갓난아기처럼 칭얼 거리는 나를 귀찮아 하면서도 곧 도닥여 주겠지
그리고 나는 이어 생각한다 아기들은 왜 칭얼거리는 것일까  
그런데 나 이렇게 칭얼거리기만 하다가 현명해질 순 있을까 현명해 지고 싶긴 한걸까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일부러 소리를 내 책의 한 구절을 읽는다
'산 밑바닥에서 실오라기를 뽑아내듯이 매미가 운다'

내 목구멍에서 나온 나의 것이 아닌 소리가 나를 채운다  어두운 밤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노래를 불러 무서움을 달래는 것처럼 소리로 존재를 색칠한다

'죽을 힘을 아아, 달리기 위해서만 바다에 이르기 위해서만 허비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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