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친토마토

일상 2008. 4. 30. 01:19

도로변을 걷다가 설탕 가득 친 토마토 냄새가 났다
늦은 밤까지 가족들과 텔레비전을 보는 날이면 엄마가 줄곧 내오던 야식, 설탕 뿌린 토마토.
어디서 나는 냄새일까 순간 그 달콤한 냄새에 기억이 아뜩해진다
넙적하게 썰린 토마토를 다 찍어 먹고 나면 접시엔 설탕 졸인 토마토즙과 듬성듬성 빠진 토마토 알맹이들이 남아 있었다. 그 달콤한 국물을 마시기 위해 동생이랑 티격했던 날들.
무조건 한 모금씩만 먹기로 하고선 접시에 입을 갖다 대어 꿀꺽 한 침 정도의 국물만 남기곤 한 입에 후루룩 넘긴다. 입을 벌리고 있던 동생은 약이 올라 토마토 만큼 귀가 시뻘게졌다
그런 철없는 맏딸을 보며 약올리지말라며 쿠사리 주던 아버지,
싸우지 말고 니들이 가서 더 만들어 먹으라던 엄마

이젠 가족과 살지 않으니까, 도로변 저 너머에 불 켜진 아파트를 바라 보며
하염없이 마음이 시릴 때,

철원에 있는 동생은 군생활 잘하는지. 부처님귀처럼 오목하고 깊은 귀를 가진 아이.
아가땐 누운 채 울면 귀로 눈물이 또로록 굴러 들어갔다. 그게 신기해서 손으로 귀를 꽉 움켜쥐면 동생은 아프다고 왕왕 울어댔다. 조금 크더니 더이상 울지 않았다. 울고 싶을 때마다 그저 귀 끝만 빨개져선 씩씩거리기만 하더라.
어떻게 지내는지 누나에겐 늘 무관심한 놈. 껌껌한 내무반에서 귓 속으로 눈물 들여보낼 일은 없는 건지.

다시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면 한 없이 서글프고 애틋해진다
기억으로 덧대어진 가족에 대한 추억을 한 없이 벗겨내기만 할 뿐이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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