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일상 2008. 5. 11. 19:00


가만히 두드리는 손가락 끝에서 동그란 파문이 인다
둥글고 둥근 파문이 끝도 없이 인다
아주 둥글고 커다란 파문이 끝도 없이 일다 이내 강물 속
나의 주머니 속에는 반질한 돌멩이들이 한 가득이다
내일은 햇살이 따뜻한 날일 것이고
둥둥 떠내려가며 보이는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무엇하나 빛이 스며들지 않은 것이 없겠지
깊이 침잠하고 다시 떠올라 끝도 없이 나는 흘러가며
나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나를 보고 인사해 줄 사람은 있을까 내가 보이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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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고귀하다는 건 무슨 뜻일까 왜 생은 고귀한 것일까 무엇이 나를 살게 하는 것일까
숱한 죽음으로써만 인식되는 생은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내 욕망. 어느 순간 갑자기 나를 여기 이 곳에 가만히 발딛고 살지 못하게 하는 건 무엇일까. 손가락에 박힌 가시가 무언가에 예민하게 스쳐 소스라치게 놀라 동작이 멈추고 시간마저 정지할 때 그 작은 가시가 내 살을 찢어버리고 나오고 싶은 그 욕망을 파르르 참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나는 어쩌지 못한다. 나는 꿈속에서 소리친다.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가. 이것은 숙명인가. 나는 아직 살아보지 못했다.

   

배를 깔고 그네를 타면 느끼는 세상에 대한 어지러움을 소녀는 어쩌지 못했다
고통스럽기도 하고 묘하기도 한 그 느낌이 잊혀질 때쯤이면 소녀는 다시 중독처럼 배를 깔고선 그네를 탔다 그건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의 경계에 있던 느낌이 아니었을까 추처럼 이쪽과 저쪽을 이동하며 자칫하면 생에 감각을 놓아버릴 듯한 그 아뜩함과 낯설음을 기어코 참아내며 소녀는 외부없는 자신을 즐겼다 그때 소녀는 느꼈다 가장 아름다운 건 나로 인한 세계이겠구나 이렇게 그네를 타다 죽어버릴 수도 있겠구나 내일은 꼭 짐을 싸야지. 소 녀 의 엄 마 가 소 녀 를 부 른 다. 밤이 낮을 지워버리기 직전 창문으로 밥을 먹으라며 놀이터를 향해 소녀의 이름을 부른다  소녀는 갑자기 그 소리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듯하고 사라질까 두려워 그 포근함을 향해 뛰쳐 가곤 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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