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인용 2008. 8. 1. 11:47



작가 이청준은 삶을 캄캄한 밤에 산길을 더듬어가는 것에 비유하곤 했다. 그런 도정에서 문학은
'방금 누가 지나갔으니 빨리 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거짓말이란다. 그가 평생을
바친 '소설이란 거짓말'은 그 말의 가치를 믿음으로써 일말의 희망을 안고 남은 삶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위무, 인생의 부끄러운 상처와 아픔을 풀어내는 씻김질이었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는 "현실에 패배한 사람들이 억압하는 현실과 상처받는 개인이라는 이항대립을
초월해 새로운 억압으로 추락하지 않는 이념의 질서를 창조하는 모색 과정" 을 이청준 소설의
특징으로 든다. 실패하고 갈구하는 개인, 탐색과 추리 기법, 액자구조, 다원적 시점, 열린 결말 등은
그런 문학적 목표에 도달하는 문학적 장치다.
권오룡 한국교원대 교수 역시 "인정이냐, 부정이냐의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현실에 저항하는
이청준 문학의 애매성은 손쉬운 선택을 거부하고 모순의 긴장을 끝까지 견뎌내는 힘에서 나온다"
고 지적한다.


이청준을 만나본 사람들은 그의 겸손함과 자상한 배려를 잊지 못한다. 책이 나오면 막내 편집자까
지 꼭 밥상에 초대했고 자신의 문학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 앞에서 늘 겸손했다. 그의 손에는 담배가
꼭 들려있었고 여행을 떠날 때면 배낭에 술병을 반드시 챙겼다. 철저하면서도 조용하고 익살스러웠
으며, 평생 동지로 지낸 문학과지성사 동인들을 만날 때 빼고는 문단 나들이가 잦지 않았다.
자신의 병을 알았을 때 "석양녘 장 보따리 싸는 심정" 이라고 했던 그가 먼 길을 떠났다.
이청준 없는 한국문학, 예정된 일이었지만 슬프다.



경향신문, " 한국 현대소설' 꽃피우고 떠난 대표적 지성 "(한윤정 기자)  중에서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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