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만들었을까

인용 2008. 8. 20. 10:57


 위대한 장성이여!
 지도에는 조그맣게 그려져 있으나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리장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많은 인부들이 이 장성 때문에 고역에 시달리다 죽기만 했지, 장성 덕분에 오랑캐를 물리쳐본 적은 없다.
 오늘날 장성은 고적으로 남아 있다. 당분간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보존될 것이다.
 나는 언제나 장성이 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장성은 예부터 있던 벽돌과 새로 보수한 벽돌로 되어 있다. 이 둘이 합쳐 하나의 성벽을 이루며 사람들을 포위하고 있다.
언제쯤 장성에서 새 벽돌을 더 보태지 않아도 될까.

  위대하고도 저주스러운 장성이여! <루쉰, 장성> 


  올림픽 시즌이다. 평소 스포츠를 즐기지 않던 사람들도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쉽게 열광하고 흥분하고 안타까워한다.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둥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둥, 언론은 과장된 수사를 동원해가며 앞다퉈 올림픽 소식을 전해온다. 하지만 '전 지구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을 보면서 가슴 한쪽이 뻐근해짐을 어쩔 수 없다.
  베이징올림픽 때문에 베이징의 수많은 '인민들'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소수민족의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자들이며 생존권을 주장하는 인민들은 이 '축제'에 낄 자리가 없다. 비단 중국뿐인가. 88올림픽 때도 이 보름간의 '축제' 때문에 엄청난 수의 '판자촌'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올림픽은 축제가 아니라 재난이다.
  만리장성의 스케일에 압도된 관광객들이 '이걸 왜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을 놓치게 되듯이, 올림픽의 폭죽 소리에 많은 질문과 목소리들이 가려져 버렸다. 언론탄압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가속화되고 있고, 미국산 쇠고기가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올림픽 덕에 잠시나마 이 모든 근심을 잊었으니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가.
아. 고맙고도 저주스러운 올림픽이여!
                                                                            채운.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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