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해진다.

일상 2009. 9. 22. 12:27


사랑은 있는 힘껏 한다. 달리기를 할 때처럼 숨이 턱에 차도록 온 마음을 동원한다.
매일 일기를 쓰지 않아도 하루에 하루에 아홉 번이 넘는지도 모르는 채 머릿속을 단내로 채운다.
오늘은 그 사람 앞머리가 흘러 내려서 감전되는 줄 알았다느니, 나를 보고 웃는 순간 천지가 진동했다느니 지퍼 터진 배개 속처럼 줄줄줄 사랑의 말을 잘도 쏟는다.
이러다 미치는구나 싶은 순간을 나눈다.
그건 언제나 다르고 또 달라서 같다.

데고 넘어지고 뒤통수를 패여도 배추벌레처럼 눈이 붓도록 울어도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갤러리아 앞 횡단보도에서도 천금 같았던 시간 위로 바람이 불고 텅 빈 풍경이 불어오고 너와 나의 추억이 다르게 적힌다고 이소라가 부르는 노래에 뱃속에 뜨끔히 숨을 멈춰야 하는 

시간이 포함된 사랑이
나한테는 진짜다. 그래서 내 사랑은 나날이
건강해지고
폭신폭신해지고
찬란해진다.



연녹색과 연붉은색 꽃잎이 흩어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일곱날들> 앨범 자켓을 연다. 한 땀 한 땀 넘기다 만난 이 글. 글 옆으로 펼쳐진 희끗한 초록 들판. 그 위로 빨간 운동화와 검은 운동화를 신은 두 사람의 다리. 그 뒤로 늘어진 둘의 그림자는 검은색이 아니라 초록색이다.

그들의 음악은 따뜻하다. 말랑말랑하다. 하지만 결코 연약하진 않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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