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일상 2010. 10. 7. 00:24

 

  여행을 가면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꼭 있다. 지나고 나서 문득 떠올라 아스라한 것 말고 겪는 순간에 잊지 않으려고 온 감각이 몸부림치는 때, 그런 순간.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의 그 순간은 해질 무렵 씨클로를 타고 호이안 구시가지 근처를 누빈 경험이다. 세트장 같은 구시가지에서 한 블럭만 넘어가면 강을 끼고 있는 '사람 사는 집'들이 나타난다. 그 흙길을 씨클로를 타고 배회했다. 여기저기 마른 닭들이 뛰어다니고 마른 개들은 늘어져 잠을 잔다. 집들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다. 그 안에서 빨래하는 사람을, 텔레비전 보는 사람들, 아이의 오줌을 누이는 엄마가 보인다. 문득 집 안의 사람들과 스치며 눈이 마주친다. 사진을 찍으려다 그만둔다. 사실 그 어느 곳도 그 안의 삶은 다들 비슷할 것이다. 호이안 시내를 지나다 장례차를 봤을 때도 들었던 느낌, 생사고락은 어디나 같을 거라는 걸. 여행자는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가볍게 체험하고 말아서도 안 되고, 쉽게 익숙해지지도 않아야 할 경계의 위치. 언제나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풍경, 사람들. 하지만 환히 열린 대문 안 누군가와의 느닷없는 눈 마주침에, 그냥 저 안으로 들어가서 살고 싶단 생각이 불쑥 들었다. 

 

@ 호이안 구시가지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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