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수 두 병을 까선 오목하니 작은 잔에 졸졸졸 따라 마시며 얼굴이 빨개진 우리
너의 집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 엉덩이를 이리저리 뒤척이며 좋다고 깔깔깔
우리가 쓰고 싶은 글을 담은 핸드메이드 잡지 '종이 끝은 불로 꼭 살짝 태워야 해 그래야 느낌이 살아'
그리고 우리가 직접 지을 카페 '쿠폰은 꼭 손으로 만들자. 벽에다 그림을 그릴게'
너는 곧 목수가 될 거고 나는 도자기를 구울게
그 누가 뭐라해도 좋다 비워도 비워도 우리에겐 나눌 것이 많고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콧노래를 부르며 삽질로 메울 것이니
 
현실을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무어가 있어 그 현실이 무언데

우리는 귓밥이 되어 버린 말들을 수집하는 여행가 남극에서 따뜻하게 베지밀을 데워서 펭귄에게 나눠주자 그래서 아버지가방에서우실까봐 어깨 토닥토닥 그래도 허공의 무늬를 헤아리며 온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한량, 돌고래를 바라보다 죽고 싶어 돌고래야 안녕.
 
현실을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무어가 있어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했던 날들을 견뎌내지 못할 역마살이면 충분해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할 수 있는 감수성을 손톱 밑에 심어두자 글을 쓸 수 있게 글을 쓸 때마다
내 삶이 조직되도록

여전히 많은 고민들이 남지만 발그레한 얼굴을 식혀주는 찬바람을 맞으며 누워 버린다 이적 노래를 듣는다
 
'여전히 울겠지 여전히 웃겠지'

인생예보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한 것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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