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2土

일상 2012. 3. 4. 00:09

1. 다큐 편집에 있어서는 늘 처음이 중요하다. 꼼꼼하게 프리뷰를 끝내고 정확하게 라벨링해 두어 편집할 때 헤매지 않을 완벽한 세팅을 해두는 것! 내가 지금 몇번 째 엎고 다시 하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


2. 씬 하나를 크게 크게 붙이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몇번 째 다시 하는 편집인데도 할 때마다 새롭다) 그런데,, 일단 어느 정도 됐다 하는 순간 깨달았다. 이 장면들을 하나도 내보내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걸. 아니면 완전히 수정해야 할 지도... (내가 찍은 전부를 편집을 통해 다 드러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신경쓰며 하는 것보단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한 게 차라리 잘한 것이라 위로하며.. 마무리 했다.


3. 편집자로서의 나

난 이미 그의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직까지도 내가 그를 잘 이해하지 못 한다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점점 더 그를 이해해 가고 있다는 게 맞겠다.  

그렇다면 편집자로서의 지금 나는, 
어느 정도 그를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편집 흐름을 잡아야 하나. 아니면 촬영 당시 잘 모르겠던 간질간질한 상태로서 편집해야 하나.  

후자가 맞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무척 어렵다. 그 때의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닌데. 대상과 나를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구나.
 
그때의-나/지금의-나//하루하루 점점 달라져가는-나 (이해에 대한 생각도 없이 그저 호기심 많았던 나/이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지금의 나/ 수없이 반복해서 보고 들으며 점점 그러해져 가는 나.) 프레임속 '나'의 위치에 섬세하게 다가갈 것.  


4.
마지막 재판 날이었다. 당분간은 보지 못 할 아들을 배웅하는 어머니. 인사하고 돌아서는 아들의 뒷모습을 잠시 찍던 카메라가 느닷없이 훽 돌더니 어머니를 잡는다. 인사를 한다. 덥썩 손을 잡는다. 카메라가 흔들거린다. 다시 돌아서는 카메라, 그는 기다리지도 않고 멀리멀리 멀어져 간다. 그를 쫓아 냅다 달리는 카메라. 달리는 내 발소리를 듣고 그가 멈춘다. 돌아 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내가 마음에 들었다. 그것도 예전의 내가. 그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것 같았으니까.



5. 예전에 <땅의 여자> 권우정 감독의 인터뷰 옮겨 놓은 것.

권우정 : 나의 장점은 사람의 매력을 발견하고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작업을 하면서 갖는 즐거움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동력이기 때문에 여전히 '인물다큐'에 끌린다.
객관적 시선이나 인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나 그런 것을갖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는 안 맞는 것 같다.

-> 이런 솔직한 태도가 필요하다.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가만 보면 나는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과 일정한 거리두기에 강박 관념이 있는 것 같다. 그에 대한 내 능력이 탁월하다면 모르겠다만 어줍잖게 내게 맞지도 않은 윤리를 추구하려는 건 아닌 지. 그럼에도 내가 그걸 추구하겠다는 결심이 선 게 맞는 지, 확인하고 확신해 볼 일.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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