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신 독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지만 18년 만에 저절로 무너졌다. 지금? 다들 문제라고 하지만 유신독재보다 독하지 않다. 문제는 '아니면 아니고, 그렇다면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존재를 가지고 사는 것이 행복 추구다. 그렇지 않고 먹고 사는 데만 신경 쓰면 개, 돼지와 다를 게 무엇인가. 짐승 비하가 아니라 그보다 나은 삶이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혁명가가 따로 있겠어? 모든 조건이 맞아서 터지면 그게 혁명이고, 거기 서있는 사람이 혁명가가 되는 거지. 우리가 감히 만들 수는 없지만 그러나 한사람 한사람 마음이 제대로 되어야지. 이제, 새로운 시작이니까.


오랜 기간 사회운동을 하면서 '낮은 곳'을 지켜온 동력이 있다면?

난 부모의 유산이라고 본다. 부모를 통해서 받은 그 신앙이지. 나 뿐 아니라 우리 형제들이 부모로부터 땅 한 평 받은 건 없지만 머리털 나기 전부터 아버지-어머니 모두 다 시골에서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모습을 봐왔지. 예를 들면 어머니는 늘 없이 사는 형편에도 양식을 만들어서 '어느 집 솥 안에 넣어놓고 와라'고 내게 심부름을 시켰다. 또 스케이트를 만들겠다고 남의 대나무를 잘라왔더니 아버지가 불호령을 내려서 다시 용서를 빌러 가기도 했다. 이런 무수한 일들이 굉장히 큰 유산이 됐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큰 유산을 받았지.


-문정현 신부님, 프레시안 인터뷰 중-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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