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일상 2008. 1. 29. 09:06


국가인권위 '독립' 관련 문제로 노숙 농성을 하는 날, 사람들이랑 박스를 구하기 위해 명동 거리를 돌아다녔다
이미 노숙하시는 분들이 한번 쓸어가셨는지 변변한 박스가 없었다.
우체국 건물 앞에서, '와- 우체국 건물이 왜 이렇게 좋은거야?' 하면서 감탄아닌 감탄을 하고 있는데
조금 앞선 곳에 박스 여러개를 쫑쫑 묶어선 커다란 가방을 매고 걸어가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노숙하시는 분이신 듯했다. 날이 추운데 어디서 주무시려는 건지 뒤뚱거리며 걷다간 잠시 걸음을 멈추시곤 허리를 굽히시더라.
뭐하시나 보았더니 나름대로 멀쩡한 담배 꽁초를 하나 집어들고 계셨다. 그리고 그 자세로 한참이나 담배에 불을 붙이시는데 바람이 불어 잘 안되는 듯했다. 하얗게 샌 머리가 가로등에 비춰 찬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선명했다.할아버지가 그 굽은 자세로 한참이나 담배꽁초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점점 멀어져 갔다. 그 이미지가 아직도 너무나 선명하다.

하루동안의 노숙에도 손 끝이 까실해시고 피가 몰린 듯 벌겋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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