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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의 거리

일상 2018. 8. 8. 23:10

불을 끄고 누워 고요히 기다리면 잰걸음으로 다가와 곁에 눕는 너. 곁이라고 하기에는 내 팔 길이만큼 떨어져 눕지만, 네가 잠들면 네 몸에 가만히 손을 대고 솟았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숨은 느낄 수는 있는 거리. 가끔은 바로 잠에 들지 않고 새카만 눈으로 한참이나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너. 맑은 눈동자를, 명료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무슨 생각하고 있어?"라고 물어보게 된다. 영영 들을 수 없을 대답, 풀리지 않을 신비. 그게 슬프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하다. 너는 너. 오롯이 너. 그리고 노력 없이 깨닫는 어떤 불가능함, 그게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하지만 들을 수도 알 수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매번 주문처럼 묻는다. "무슨 생각했어?" "무슨 생각하고 있어?" 반복되는 이 소리는 너에게 어떤 신호로 가 닿을까. 어제는 네 말랑한 발바닥을 손에 꼭 쥐고 잤다. 네 기분이 괜찮았는지 다행히 나는 깨물리지 않았지.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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