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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9. 1. 13. 13:16


<노동여지도>를 읽다가 발견한 구절이다. 송민영이라는 이름이 있어서 책을 더 읽는 건 그만두었다. 생각이 나 그의 추모게시판에 들어갔다. 오랜만이었다. 나는 그와 인연이 없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 사회진보연대의 활동가였다는 것밖에. 그것도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의 죽음에 대해, 아니 그의 존재에 대해, 그러니까 그 사람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에 대해 오래 생각했고 한동안 그의 흔적을 찾았다. 아마 또래라서, 여성이라서, 또 사회운동을 하던 사람이라서 유독 끌렸을까.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고, 또 친해지고 싶었다. 부질 없는 생각이었고, 그냥 마음 놓고 했다. 추모와 애도 사이에 있는 기분이었다. 모르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정도는 넘었는데 그렇다고 지인은 아니라서 끝내 더 나아가지는 못하는 상태. 그에 대한 기억을 내 안에서 퍼올릴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몇 달은 잠에 들기 전마다 추모게시판을 들여다봤다. 2016년이었고 여름이 시작되면 나는 긴 배낭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출국하고 낯선 땅에서 거의 한 달은 완전한 고독 속에서 지냈다. 홀로 움직였던 그 시간 동안 이 세상에 없는 자들과 함께 하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모두 나와 인연은 없는 사람들이었고, 그 중 한 사람이 송민영 님이었다. 살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어서 그렇게 여행을 갈구했는데 다만 삶이 얼마나 죽음과 가까운지 알겠는 기분으로 지냈다. 그런 기분은 다시, 정말 존재했음 그리고 어떤 삶이 있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기도 했다. 아주 잠시였지만, 그 깨달음은 사라지지는 않고 마음 어딘가에 쌓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몇 년 전부터 저런 생각에 휩싸여 지낸다. 그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죽음, 알고 싶어도 더 알 수 없는 사람들로 인해.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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