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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일상 2020. 12. 6. 23:42

문득 떠오른 15년 전의 기억. 런던의 밤,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횡단보도 앞에서 서성이던 우리들. 나는 차도와 인도의 경계에서 방향 잃은 사람처럼 자꾸 두리번거리며 일행들과 외따로 서있다. 그저 도로 건너편의 화려한 풍경을 더 잘 보고 싶었던 걸까. 그 순간을 떠올리면 속눈썹이 시원해지는 것 같다. 커다란 2층 버스는 내 머리가 뒤로 빠지자마자 지나갔다. 아무것도 모른 채 바로 들었던 생각, 살았구나. 죽음의 기운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던 그때, 내 몸을 인도 쪽으로 당긴 선배가 있다. 그 선배가 이제는 이 세상에 없네. 같이 걷다 넘어지길래 내가 웃으며 왜 자꾸 넘어져요 하니까 내 다리가 길어서 그래 하며 웃던 사람. 죽고 나면 모든 게 괜찮아지나요, 선배? 땅보다 낮은 곳으로 끌어내리는 어떤 중력으로부터도 가벼워지나요, 영혼도? 

 

 

내가 잊지 못하는 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내가 놀라지 않게 잡아끌던 그 손길.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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