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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2 무인칭의 죽음/ 최승호
  2. 2008.02.01 아아아아아
  3. 2008.02.01 길게 길게 운다
  4. 2008.01.29 노숙
  5. 2008.01.28 25살 휴학생, ‘어쩔 수 없잖아’라는 말을 되뇌이는 날들 4
  6. 2008.01.25 가을날/황인숙
  7. 2008.01.24 내겐 견딜 수 없는 영화
  8. 2008.01.23 일본
  9. 2008.01.22 가치
  10. 2008.01.20 학술원에의 보고 /프란츠 카프카


나에게서 인간이란 이름이
떨어져나간 지 이미 오래
이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흩어지면 여럿이고
뭉쳐져 있어 하나인 나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왜 날 이렇게 만들어놨어
난 널 해치지 않았는데
왜 날 이렇게 똥덩이같이
만들어놨어, 그러고도 넌 모자라
자꾸 내 몸을 휘젓고 있지
조금씩 떠밀려가는 이 느낌
이제 나는 하찮고 더럽다
흩어지는 내 조각들 보면서
끈적하게 붙어 있으려 해도
이렇게 강제로 떠밀려가는
변기의 생, 이제 나는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니다

무인칭의 죽음/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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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

일상 2008. 2. 1. 11:27

“프롤레타리아트가 기존 세계질서의 해체를 고지한다면, 그것은 단지 프롤레타리아트가 [바-계급이라는]자기 자신의 현존재의 비밀을 표명하는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프롤레타리아트는 이 기존 지배질서의 사실적 해체이기 때문이다. 프롤레타리아트가 사유재산의 부정을 요구한다면, ...[그것은]이미 사회의 부정적 원리로서 구체화되었던 것을 사회의 원리로 고양시키고 있는 것일 뿐이다. -맑스


니체는 노예가 노예의 상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권력을 가진다면 그건 진정한 해방이 아니라고 했다.
박래군이 말했던 ‘사유재산제도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건 아예 없었다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가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도 되새겨 본다. 한 수업에서 지하철 운전수라는 수강생이, 노조에 가입하고서 사람들이 임금투쟁에 몰두하는 모습들을 보면 그것이 정말 의미있는 투쟁인가 하는 고민이 든다는 말이 아직도 밟힌다.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글과 말들은 다 저마다 이유가 있어서 내게 머물렀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없어서'라는 말로 나를 위로하고 있지만 차선책으로 잰걸음하며 걸어가고 싶진 않다.

 '이념을 신념하는 것'이나 '무리'가 싫어서 일대일 대응방식을 고민한다. 또 예술에 빠져든다. 하지만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다시 원점이다.

낭만적 지식인은 조직력의 결여를 그 약점으로 갖고 있지만, 그것은 또한 장점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조직력이 없기 때문에 그는 싸움의 변두리로 밀려나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전체주의적 성격을 드러낼 수가 있다.
-김 현

요즘엔 이런 글들도  많이 와닿는다.


이 모든 과정이 곧 삶이다. 하며 위로한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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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길게 운다

인용 2008. 2. 1. 10:58
 징은 소리가 난다
    그 내부에 상한 의식이 있는 듯
    한 대 맞으면 길게 길게 운다
    상처가 깊다

                   _황지우


 철근이 자라는
    아스팔트 위 저 나무는
    밤새도록 팔을 벌려
    하늘의 눈송이들을 맞고 있다
    허공중을 시속 수백킬로로 달려온 눈송이들은
    독한 배기가스를 피해
    그래도 그 앙상한 팔에 안겨
    아. 처음으로 꿈꾸어보는 지상에서의 불안한
    눈송이의 작은꿈

                 _ 이시영, 흐린 날


 망명자는 누구나 이타카로 되돌아가고 있는 율리시즈이다. 모든 생활은 오딧세이, 이타카로 가는  
  길, 중심으  로 가는 길의 모사이다.
   망명자는 자기 방황의 감춰진 뜻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중심으로의 한 입사적 시련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저마다 자신의 다리와 악으로 집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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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일상 2008. 1. 29. 09:06


국가인권위 '독립' 관련 문제로 노숙 농성을 하는 날, 사람들이랑 박스를 구하기 위해 명동 거리를 돌아다녔다
이미 노숙하시는 분들이 한번 쓸어가셨는지 변변한 박스가 없었다.
우체국 건물 앞에서, '와- 우체국 건물이 왜 이렇게 좋은거야?' 하면서 감탄아닌 감탄을 하고 있는데
조금 앞선 곳에 박스 여러개를 쫑쫑 묶어선 커다란 가방을 매고 걸어가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노숙하시는 분이신 듯했다. 날이 추운데 어디서 주무시려는 건지 뒤뚱거리며 걷다간 잠시 걸음을 멈추시곤 허리를 굽히시더라.
뭐하시나 보았더니 나름대로 멀쩡한 담배 꽁초를 하나 집어들고 계셨다. 그리고 그 자세로 한참이나 담배에 불을 붙이시는데 바람이 불어 잘 안되는 듯했다. 하얗게 샌 머리가 가로등에 비춰 찬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선명했다.할아버지가 그 굽은 자세로 한참이나 담배꽁초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점점 멀어져 갔다. 그 이미지가 아직도 너무나 선명하다.

하루동안의 노숙에도 손 끝이 까실해시고 피가 몰린 듯 벌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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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날씨에 감기조심 밥은 꼭 먹고. 늙어가는 애비”

그렇지 않아도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몸과 마음이 살얼음처럼 위태로운데 문득 날아온 아빠의 문자에 찬물이 쏟아져 내리는 듯 마음이 아릿하다.

답 문자를 보내본다.

“아부지도 추운날씬데 몸조심하세요. 아부진 술안마시면 젊어집니다. 같이 늙어가는 딸내미가”
“근데 아부지 이제 안 늙도록 딸내미가 빨리 자리 잡아야 할 텐데...”



이제 25살 대학 휴학생인 나는 올해 시작부터 유난히도 흔들렸다. 지난날에 대한 반성, 현재의 가치관, 미래에 대한 고민 그런 것들은 내 머리를 흐르고 흐르다 결국은 현실적인 문제로 수렴된다. 전파를 타고 흐르는 라디오 뉴스는 나를 더욱 방황하게 한다.

“2008학년도 주요 대학들의 1년 평균 등록금이 1000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주요 국립대와 사립대들은 올해 등록금을 최저 5%에서 최대 30%까지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벌써 네 번의 학자금대출을 받았다. 매달 말 통장에선 몇 번씩 대출이자가 잔액을 깎아 내린다. 한두 번 받던 대출에도 나중에 갚으면 되지 했는데 이젠 불안하다. 예전처럼 졸업 후 다 갚으면 돼 하는 자신감은 사라진다. 졸업의 문턱에 취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말이 당연시 되고 있는 때에 그 기간마저 계획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나 하나쯤 먹고 살 걱정은 안 된다 해도 등록금 빚을 갚기엔 부족할 것이고, 노후대책을 늘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줄 자신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출을 갚기 위해 40년 동안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될까봐 서글퍼지기도 하다.

등록금은 오르는데 그만큼 나를 둘러싼 환경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식 학비에 부모님들은 늘 걱정 또 미안해하시며 더 늙어 가신다. 그렇다 해도 난 대학을 포기할 순 없다. 초등학교 졸업만큼 당연한 배경이 되어버린 대학을 포기할 만큼 난 뛰어나지도, 용기가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지구를 떠받치고 우주를 품고 싶었던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중력의 힘보다 약해지며 자꾸만 키가 줄어들고 결국은 바스스 흩어져 버리는 것만 같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대학등록금 1000만원시대] 이자 내기도 버거운 취업난 ‘88만원 세대’
“가장 무서운 게 등록금 고지서”


그런데 말이다. 내 주위의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는 데도 자꾸만 외롭다. 이건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일 거다. 우리는 그저 옆 사람의 말에 끄덕거리고 토닥거려줄 수 있을 뿐이다.

우린 지독한 생존 문제에서 벗어난 세대지만 여전히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 변한 세상에서 우리는 어느 정도 나아졌고 또 그만큼 나빠졌다. 적어도 굶어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세상이 정해준 기준에 따라가기엔 여전히 숨차다. 그래서 여전히 ‘먹고 살기 힘들어’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견고히 쌓인 모형 같지만 어딘가 구조가 틀어진 건 아닐까 하고. 그 사이에 끼어 우리가 신음하고 있는 거라고. 그래서 대학생들에게 제 목소리를 내게 하고 공동체를 다시금 활성화 시켜보자고 친구들과 고민하고 기사를 썼다.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본질을 파고들지 않고 기계적 중립성만을 보이거나 성공사례를 보여주며 희망을 고문하는 대학 잡지들이 싫었다. 딛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보다 빨리 버리고 떠날 수 있기를 바라는, 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발버둥 쳐야하는 우리네 모습이 서글펐다.

하지만 이젠 내가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어쩔 수 없잖아...’

‘어쩔 수 없잖아’ 라는 말을 많이 할수록 나는 어리석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늘 생각했지만, 이제 나는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한다.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보수화되지 않기를,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어른이 되지 않을 거야’ 라고 칭얼거렸던 내 모습이 철없다 느껴지기도 하다. 차라리 철들지 말아야지 했던 내 바람도 수면의 경계를 넘나들며 허우적거리고 있다.

새해에 내려간 고향에서 엄마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세상 탓 하지마라.’
그 한마디에 고집스럽게 움켜쥐고 있던 내 나침반을 도둑당한 기분. 대체 어떤 노력을 해야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걸까.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도 명절이 다가오면 친척들 만나기가 괴로운 사회지 않은가. 다시금 나는 거리를 방황하다 중력에 충실한 비를 맞으며 아스팔트 땅에 붙을 만큼 자꾸 작아진다.

아아. 당분간 나는 많이 앓을 것 같다.

 


-인권연대 목에가시 게재 25살 휴학생, ‘어쩔 수 없잖아’라는 말을 되뇌이는 날들 – 장윤미/ 국민대 학생 – hr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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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황인숙

인용 2008. 1. 25. 16:50

눈을 꼭 감고
"난 몰라. 이게 뭐예요!"
울려는 듯 비죽거리는
입을 뾰로통히 꼭 다물고
앞뒤 양다리를 뻣뻣이 모으고
옆으로 누워 있었다

새벽이면 쓰레기봉투들 거둬가는 곳 근처에서
우두커니 내려다보았던 어린 고양이

어디를 찾아봐도 보이지 않음으로
여름이 가버린 걸 알 수 있듯
아. 그렇게
죽음이 시체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도 속에서 질겨지는 시체들을.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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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스크린에서 방금 본 영화의 특정 화면이 얼얼하게 뇌리를 맴도는데 그걸 말로 제대로 집어낼 수 없어 묵묵히 있다가 오래 전의 영화에서 시간의 시련을 뚫고 강인하게 버텨온 예술성의 줄기를 제대로 집어낸 것 같은 포만감을 접수하며 과거의 영화를 즐기는 영화 공동체는 미래의 영화를 창작하고 감상하는 토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_ 김영진


극장을 찾아 거리를 걷고 움직이는 행위자체가 또 다른 경험이다.
가까운 멀티플렉스에서, 집에서 컴퓨터로 영화를 보면서 그런 경험은 실종됐다.
감동이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그 영화를 보러가는 초조함이 얼마나 짜릿한가. _김성욱


영화를 보는 것이란 이런 것. 영화는 내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시간, 극장을 찾아 배회하며 만나는 상념과 풍경들,
극장에 앉아 스크린과 조우하였을 때의 벅참 기대 그리고 대화.
영화 속에서 나는, 수 없는 삶을 살며 삶의 방식을 배우고 타인을 이해하고 때론 나 아닌 수없는 것들이 되어 간다.
그건 내게 자유이기도 하고 또 탈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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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상 2008. 1. 2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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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폭폭 올라오는 단팥죽에 쫄깃한 떡을 똥똥 얹은 '오시루코'를 파는 가게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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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 똥 모양이예요. 똥꼬치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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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각설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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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단련합시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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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신하고 달콤한 마음을 채웁시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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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일상 2008. 1. 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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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내가 추구할 만한 가치는 있는 것일까..
추구하고 싶은 가치가 없다. 많은 것들이 내게 다가오고 때론 내가 찾아가기도 하지만
그것들은 텅빈 내게 밀물처럼 다가왔다가 썰물처럼 떠나간다. 썰물처럼 떠나가는 것들에 실려
달까지 좇아간 적도 있었던가. 하지만 달 속의 쨍쨍한 한기 속에서 나는 더욱 외로웠다.
나는 포근하게 외롭고 싶었다.

이제 난,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해내거나
가치 그 자체를 버리거나.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가치'를 인식하는 일일 것이다.

-일본 0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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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보! 꺠어가는 두뇌 속으로 사방에서 밀려드는 이 지식의 빛들!
그것이 저를 행복하게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또한 한 가지 고백하자면, 저는 그것을 과대평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이미 그랬고, 오늘날은 더욱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이 지상에서 되풀이된 적이 없는 그런 노력으로 저는 유럽인의 평균 교양이 도달한 것입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를 우리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었고, 이 특별한 탈출구를, 인간 탈출구를 제게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는 물론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슬그머니 달아나라'라는 멋진 독일어 표현이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햇습니다. 저는 슬그머니 달아났습니다.
자유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음을 언제나 전제한다면, 저에게 다른 길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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