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98건

  1. 2013.04.21 꾀병
  2. 2013.04.08 운명
  3. 2013.04.07 2008년 6월 7일 꿈 기록
  4. 2013.03.14 나의 벗 그대여
  5. 2013.03.09 매번 할 수 있는 걸 다 하면서 넘어갈 수 있을까 3
  6. 2013.03.07 폭삭 녹아 내렸다
  7. 2013.01.18 끝내 지치지 않고, 2
  8. 2012.12.20 3
  9. 2012.12.19 관계
  10. 2012.12.07 자연현상이다

꾀병

일상 2013. 4. 21. 03:30

   

주먹을 쥐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야무지게 펼친 시집이, 책상 위에 있다. 혼자 술을 마시고 취할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찬 속을 좀 덥혀보려 마시기 시작한 것이 꽤나 취해버렸다. 멍하게 음악을 듣다가 앞에 보이는 시집을 꺼내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니까 큰소리로 또박또박 읽었는데 읽다가 슬퍼서 눈물이 나니까 눈앞이 흐려지고 목소리도 뭉개지는데 그런데도 끝까지 읽었다. 어떤 문장은 너무나 슬퍼서 정신이 더더욱 아득해지는데 어느새 주위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종이 위에 툭툭 떨어지는 눈물만 보였다. 젖었다 마른 종이가 못나게 솟았고 지저분하게 접어둔 귀퉁이들이 있다.

 

잠에 들면서, 술을 마시고 취해서는 큰소리로 시를 읽고 엉엉 울 수 있는 나만의 방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청승 떨 수 있어서 좋은 밤이었다.

 

   

   

꾀병/박준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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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일상 2013. 4. 8. 23:04

 

"괜찮아요, 저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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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굉장히 복닥대는 곳이었는데, 아주머니들이 나보고 이 아가 좀 안고 있으라 했다
아 귀엽다 하면서 보통보다 큰 아가를 앞으로 안았는데 힘에 부쳤다. 어설프게 안고 있으려니 아가가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어쩔까나 혼잣말했는데 웬걸 말을 잘했다. 그냥 업어줘. 응.
업었는데도 무겁긴 마찬가지였다. 업고선 여기저기를 걸어 다녔다. 아주 정신없는 곳이었다. 갑자기 실내로 화면이 전환됐고, 거실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동안 아가는 내게 사물에 깃든 역사를 설명해줬다. 귀신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엔 어떤 사연이 있고, 저건 쓰지 말라느니 등. 마치 아주 오래된 저택을 탐사하는 기분이 들었다. 부엌엘 들어가니 호두과자가 있어 업힌 아가 입에도 몇 개 넣어주고 나도 먹었다. 그러곤 물어 보았다. 나한테는 뭐가 보이니. 그러자 등 뒤에서 아가가 하는 말이, 사람 여럿 꽤나 힘들게 하겠다, 고 했다. 난 사람들 힘들게 안 한다 했더니 그러니까 그게 니 문제야 라고 했다.  



휴. 역시나 꿈은 드라마 같아서 결정적인 순간에 깨고 말지.
반성할 수도 없다.
새벽에 곯아떨어져서 다음날 오후까지 자면서 꾼 꿈.  2008. 6. 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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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벗 그대여

일상 2013. 3. 14. 01:00


 

홍상수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내내 떠오른다. 그 옛날을 산 사람들도 영화 속 해원처럼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던 존재들이 아니었을까 아마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만약 확신할 수 있다면 선택도 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살지 못 할까봐 절절 매는 시절도 지나가는 것만 같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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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 외투 하나만 사라진 줄 알았더니 좋아하던 봄 잠바도 사라졌다. 여행갔던 두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선물 받은 겨울 외투가 사라지고 속이 상해 여러 가능성들을 체크해 봤지만 별 수가 없단 걸 깨닫고 빨리 마음을 접었다. 이건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외투와 나의 문제라서 네 탓은 할 수도 없었다. 꽃샘 추위가 온다는 소식에 겨울 외투 잃어버린 걸 알았고 오늘 따뜻하단 친구의 말에 봄 잠바가 사라졌단 걸 알았다. 졸지에 나는 춥거나 따뜻하거나 여행 내내 입던 까만 패딩 만을 입고 다니게 됐다. 사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 건 정말 내가 그 옷들에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위로했지만 내가 겪었던 그 어떤 크고 굵직한 사건 앞에서 보다 무력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무력감이었다. 사실 이런 문제들 앞에서 빨리 포기하고 내 기분을 전환하는 데에 더 집중하는 편이었다. 여행하면서도 가장 필요한 덕목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하면 그게 빨리 되는 성격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판단은 결국은 나를 위한 판단일 뿐이지 그 사건이나 가령 잃어버린 내 물건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생각에 이르니 미안하고 억울했다. 답답해서 네이버 지식에 '옷장에서 옷이 없어졌을 때'라고 검색해 보았으나 이건 누구에게 의지할 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듯 이런 류의 질문 따위는 없었다. 내 친구는 이런 나를 위로하며, 옷이 도망가보고 싶었는가벼 잘 살으라고 생각해, 라는 문자를 보내 주었는데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내가 싫어서 도망간 거라고 생각하니까 희미한 서러움을 느꼈다. 그래 그래 그게 옷 뿐 만일까. 친구는, 언니가 싫다기 보다 주인없이 집에 있으니 나가 보고 싶었을 거라고 했다. 우린 잠시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관해 얘기했고 난 내가 죽고 나서 그런 것들 다 우러러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창 동화처럼 생각하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어쨌거나 진실일 지도 모르겠다.   

2. 홍상수 영화를 좋아해서 모두 챙겨보고 그의 영화 나오는 걸 삶의 낙 중 하나로 여기고 있지만 이번 신작을 보고 처음 느꼈다. 아니 알았다. 그의 영화 속 남자들은 정말 못 났 구 나. 이 생각에 휩싸여 극장 밖으로 나와 계단을 오르고 환한 대로를 거쳐 좁은 골목길을 내내 걷다 미국 소유 땅이니 허락 없이 들어오지 말라 적힌 운동장으로 들어가서는 굉장히 큰 나무 주위를 뱅뱅 돌며 걸어 보는데, 생각할수록 영화가 슬펐다. 해원의 말처럼 외롭고 슬펐다. 그리고 이내 무서워질 터였다. 


3. 날이 좋으면 그래서 좋고 비가 오면 또 그래서 좋고, 바람 불어도 좋고 눈이 내려고 좋고, 좋은 영화가 나와서 좋고 좋은 책이 나와서 좋고. 나누고 함께 하고픈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 진심만으로 날이 좋고 바람이 불며 좋은 책과 영화들이 있었지. 


4. 내 귀여운 조끼도 사라졌다. 산책하다가 어떤 여자가 조끼 입은 걸 보고 설마.. 안 보인 것 같은데 설마.. 하며 돌아와 들여다 본 옷장에 내 귀여운 조끼는 없었다. 남방 위에 겹쳐 입으면 꽤 따뜻해서 봄가을에 자주 입었다. 사계절을 몽땅 도둑맞은 기분이다. 혹시 내 옷을 입고 있는 자, 저주하지는 않겠다... 따져보면 결국은 다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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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삭 녹아 내렸다

일상 2013. 3. 7. 00:02

결국은 태우려던 게 아니었기에

가장 잉여의 것들만을 고르고 골라서 불을 붙이고

타오르는 불 앞에 쪼그려 앉아 바라보는데

그것들이 울부짖었다

제발 니 생각이 맞다고 확신하지 말라고!

타지 않는 눈물이 내 발 밑으로 흘러왔다

발가락이 부끄러웠다

비명 소리에 눈을 돌리니 타던 것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함께 타던 배수구의 거름망이 폭삭 녹아 내렸다

둥글고 시커먼 구멍이 내려다 보였다 

살아 남은 것들이 옆에서 비웃었고

이제는 내가 눈물이 났다

잘 해보려던 거였는데,

구멍으로 떨어지는 눈물이

따가운 소리를 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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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지치지 않고,

일상 2013. 1. 18. 16:33

서로의 고독을 완전히 공유할 순 없다. 공유할 수 없는 것은 의도이어야 한다. 자의적으로, 자신을 더욱 깊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적 고독, 고립. 하지만 공유할 수 없는 고독을 가진 두 사람의 만남은 비극적이다. 공유하고 싶으면서도 그럴 수 없음에 체념하고 체념하여 스스로 감당하기를 자처하지만 깊이 그리고 긴밀히 연결된 공통성을 가진 고독이 자꾸만 울게 되는 것을 견뎌야만 한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 비극적이다. 끝끝내 지치지 않고 이 고독을 각자 잘 감당해낸다면 완벽하진 않지만 가까스로 행복한 만남을 유지하겠지. 이땐 운명의 힘이 가장 강하다. 이 만남을 운명이라 생각하는 믿음. 아니 그저 운명 그 자체일 지도. 거기까진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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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2. 12. 20. 02:40

술자리에서 누군가 말했다. 어차피 누가 돼도 다 똑같은 거라고, 냉소적인 그 말이 위로가 될 줄 몰랐다, 순간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동의할 순 없었다. (난 절대 동의할 수 없는) 1번에 투표한 옆사람의 의견에도 끄덕끄덕 했던 내가 용기를 내 말했다. 다 똑같다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거라고, 그 정치인도 우리가 만드는 거라고. 정치인이 있고 유권자가 있는 게 아니라, 유권자가 있고 정치인이 있다. 난 그렇게 믿는다. 절대 냉소적이고 싶지 않다. 그래도 속은 아프다.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축하 무대가 열리는 광화문을 지나면서 친구랑 울었다. 막연하게 속상했는데 오늘은 지난 체감 때문인지 정말 속이 아프다. 

전화 속 그가 말했다. 라히리의 책-파시즘의 대중심리-의 예언이 정확히 맞아가고 있다고 했다. 얼마나 놀랍느냐고 했다. 이제부터 우린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좀 더 '쎄지라'고 말했다. 다큐를 하는 사람은 쎄야 한다고. 편집 중인 다큐의 어떤 컷들 때문에 속상해하는 나를 보고 그랬다. 그리고 원칙을 이야기해주었다. 투사가 되고 싶었는데, 나이를 먹어가니 내 천성도 알겠다.  

1번에 투표하는 젊은 친구의 마음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말에 그는, 그러니까 니가 순진한 거라고 했다. 또 한 쪽에선, 비정규직 처우에 대해서는 언급도 안 하는 노조에 분노하는 나를 보고 순진하다고 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순진하다고 한다. 이때 나는 어떤 질문을 해야할 것인가. 이런 고민으로 넘어간다. 가령, 순진한 게 죄인가 혹은 이걸 과연 순진함이라 치부해도 되는 것인가 혹은 순진함은 무력한가 - 이런 질문들 말고 완전히 새로운 질문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내 뻔한 레파토리의 질문들을 모두 뭉개고 완전히 새로운 질문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외부의 힘이 생기면 좋겠다. 나에게 개입할 무엇,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 

밖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저씨들 싸움났다. 오늘은 너무 속상하니까 보일라를 켜두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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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일상 2012. 12. 19. 00:33

 김태용 감독이 장선우 감독의 <우묵배미의 사랑>을 보고 이런 구절을 썼더라. "누가 선의를 가져서 혹은 악의를 가져서 '관계'가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관계'자체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가 있구나," 이 밤에 날 후벼파는 글귀. 아프다, 마음이, 믿음 말고 믿고자 하는 내 마음이, 믿고 싶은 나의 태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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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현상이다

일상 2012. 12. 7. 01:15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였다. 잠에 든 지 네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방은 뜨겁게 달궈졌다. 순간적으로 나는 내가 왜 이 시각에 불현듯 눈이 떠졌는지를 직감했다.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배를 접었다. 지난 밤 먹은 소주 한 병과 돼지갈비와 과메기에 전들이 섞여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바닥의 뜨거운 열기 떄문인 걸까. 취한 것도, 체한 것도 아니었기에 당장의 증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엉덩이를 일으켜 화장실로 갔다. 이럴 때마다 항상 오른손을 깨끗이 씻는 것으로 시작한다. 검지 손가락을 특히 신경써서 씻고는 변기 뚜껑을 열었다. 그때부터는 절대 머뭇거리지 않는다. 손가락을 목구멍으로 여러 번 찔러 넣었고 음식물이 쏟아져 나왔다. 음식물이 쏟아져 나오기 이전에 시큼한 냄새가 올라왔다. 음식물은 음식물이 아닌 것이었고 위액과 함께 거의 소화가 된 양분덩어리이자 똥덩어리였다. 가슴과 식도가 타는듯한 고통이 시작됐지만 갑갑함보다는 나았다. 제발 빠르게 끝나기를 바라며 계속해서 쏟아냈고 마지막으로 튀어나온 커다란 덩어리가 변기로 떨어지며 그 무게의 반동으로 일부가 다시 내 이마로 튀어오르자 나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스스로 우스워하면서도 이렇게 곧잘 토할 때마다 나는 위암으로 일찍 돌아가신 작은 외삼촌을 떠올리곤 했다. 오랜만에 엄마는 불만을 털어놓으며 뭐라도 잘못되면 내 탓을 할 거라 원망을 했고 난 할 말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계속했지만 지금 이순간엔 그 말에 살을 붙여, 아마 나는 오래 살 지 못 할수도 있으니까 더욱 더 나 하고 싶은대로 살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는 거야 어쩔 수 없어 라고 뒤늦게 중얼거린다. 토를 할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아이 코스프레를 하는 스스로도 좀 지겨워졌다는 걸 느끼며 그보다 더 지겨운 건 스스로를 조소하는 것이란 걸 알았다. 지겨운 반복을 이제는 그만해야 하겠지만 멈출 수 없는 이유를 또 하나 만들기 시작한 건 곧 그 날이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멀미가 심했던 나는 차만 타면 토를 해서 어른들을 곤욕스럽게 하곤 했는데 이상하게 잊혀지지 않는 이미지가 있다.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고속버스 안이었고 조그마한 나는 검은바지를 입은 남자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머리가 핑 돌고 그네를 높이 탈 때처럼 울렁거리더니 나도 모르게 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이 다 나를 미워할 거라는 짐작에 눈물까지 쏟아낼 참인데 남자는 등을 토닥이더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말없이 바닥의 토를 덮고는 구두로 슥슥 문질러서 본인쪽으로 끌어 닦았다. 슥슥 닦던 그 까만 구두코가 자꾸 눈에 밟혔다. 서로가 남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이 이미지 하나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래 내일은 당신의 생일이다. 변기에 물을 내리고 이마에 튄 토와 지저분해진 손과 입을 씻고는 방에 돌아와 누웠다. 이젠 목에서 가슴까지 타는듯한 고통이 시작됐다. 엎드려 누워 라디오를 들었다. 한 남자 작가가 라디오 디제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노년에 가까워 가는듯한 그의 목소리가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소설에서 이런 문장을 쓴 적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던 것이 심각해지고, 심각하던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되는 건 사실 아무렇지 않은 일이다. 자연현상이다. 그럴 만한 때가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 자연스러운 거다. 자연현상이다. 사실 와닿지도 않는 이 말을 깨달아보려고 몇 번이고 되뇌이다 다시 잠에 들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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