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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여행이니까

일상 2008. 10. 2. 01:26
 





무한반복재생. club 8 _ this is the morning

하루종일 우울함이 툭툭 쳐서 약이 바짝 오르고 피곤한 날.
햇살 잘 들어 오는 학교 건물 1층 화장실에 들어 서는데, 눈물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든 날.

건물 안 벤치에 앉아 있는데 살기어린 눈빛의 여학생이 창문 앞에 한참 서있더니만, 갑자기 전화기에 대고 악에 받친 목소리로. '죽어! 배찢어져서죽어 죽어 버려!'
뭐 이런 식으로 쌍욕을 하는 걸 보았다. 짝꿍과 나는

'정말 신선한 광경이로구나'
하며 감탄했다.

버스를 탔는데 너무나 예쁜 애기엄마를 보았다. 이 예쁘다는 것은 너무나 분위기가 좋았다는 건데 보얀 얼굴에 잔머리 송송난 옅은 갈색 머리를 빨간 머리끈으로 쫑쫑 매고선 통통한 아가를 안고 있었다. 그 애기엄마는 가뭇가뭇 웃는다. 건너 앉은 애기를 보고선 뭐가 좋은지 혼자 웃다가 자신의 아가도 한번 보고 웃는다. 근데 서툴다. 아가를 무릎에 세우는 것도 서툴고 징징대는 아가 달래는 것도 서툴다. 그래도 애기엄마 너무 예쁘다. 딱 보는 순간 이런 분위기 너무 좋다 그런 사람 처음. 연신 바라보며 아 좋아.

'낙산 공원가자아' 라는 물만두 말에 우린 대학로서 재회. 깻잎떡볶이와 김뿌린 오뎅국물로 적당히 배를 채우고 낙산 공원엘 올랐다. 대학로를 지나 낙산공원으로 가는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소음이 딱 단절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걸 감지할 때의 짜릿함이란.
춤을 많이 춘 물만두는 연신 힘들어함. 길을 오르다 작고 예쁜 카페를 발견하여 우린 좋아서 두리번 두리번. 그 곳에서 흘러나오는 club 8 의 노래. 잠시 쉬며 물만두를 화장실로 보내고 공원 매점에서 흘러 나오는 허윤희의 꿈과 음악사이를 듣는다. 이 사람 목소리는 연신 건반 두드리는 것 같아. 그것도 도레미파. 딱 그 음들만. 마음이 편안해 진다. 공원 매점 앞엔 콩나무처럼 신나게 자라는 넝쿨이 있다. 무엇에 의존한 것이 아닌 마치 허공을 타고 오르는 듯 자세가 묘하다. 저거 타고 오르면 하늘문까지 가려나.
우리는 곧 낙산공원에 이르렀고 이내 성벽을 올랐다. 담 위에 두 마리의 고양이처럼 요염하게, 아니 소심하게 앉아선 이대로 망부석이 되고 싶다며 수다를 떨다가 곧 입을 다물곤 음악을 들었다. '밤은 저 빛이 얼마나 아플까' 라는 김혜순 시인의 시구를 읊조리다보니 저 멀리 징그러운 아파트보다 가까운 곳에 보이는 달랑 창 하나 소박한 집들이 더 정겨운.
우린 깔깔 웃으며 내려다보이는 서울 풍경을 연신 쓰다 듬는다. 그리고 물만두가 손짓을 하자,
'홍!' 하고 솟구쳐 오르는 사람들. 날아 올라라 날아 올라라 구름에 부딪치지 말고 천국까지 가자.
그리고 이상은의 노래 '삶은 여행'. 어느새 모여든 차가운 바람에 코를 찔름거리며 노래 가사에 마음이 울렁. 그래 우린 지금 좀 괴로와. '그래 이상은도 답을 내지 못했어, 자유로워지는 것에 대해 말이지.' '이상은은 훌륭한 음악가야. 정말 열심히 했다고' 그래서 그녀는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는 거야. 그래. 그래.
우린 낙산공원을 내려 왔고 아까 보았던 예쁜 카페를 다시 지나쳤다. 문은 닫혔는데 자세히 보니 가게 안에 양초같은 작은 불 하나를 켜두었더라. 삶이 내게 주는 배려 같아 찡함.
짜릿하게 다시 소음은 시작됐고, 우린 어디 오뎅이 덜 오염됐을까 농담하다가 결국 도로 옆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사먹었다. 어쨌든 이 밤 짧은 시간 동안 우린 먹고 비우고 다시 먹고. 그래서 좋은 날.



우린 그림자가 똑같애
키봐봐. 옆에 삐져나온 잔머리즘봐봐.
누가 나고 누가 너냐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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