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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영화가아니었다면 2008. 4. 12. 14:32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7)/나카시마 테츠야


보는 내내 넘칠 듯 말 듯 슬픔이 드나들었다. 마츠코의 불행한 일생을 연타로 날리면서도 차마 울지 못하게 하는 코믹에 뮤지컬이란 장르의 영화. 흐르는 음악 속에서 마츠코 움직임이 곧 춤이 되어 스크린 위에서 운동할 때 그 발랄함에 겨우겨우 안도하며 슬픔을 억눌렀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마츠코가 죽고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이 이 생에서 끝나는 순간, 카메라는 돌연 길을 따라 강물을 따라 마츠코의 일생을 거슬러 회귀한다. 시간을 여행하듯 부드럽게 유영하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그 알 수 없는 해방감에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만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어 궁지에만 몰리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야 했던 마츠코, 늘 타인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정작 본인은 배신당하고 지옥의 나락까지 떨어져야 했던 마츠코. 그녀를 보며 영화 보는 내내 울지도 못한 채 차곡차곡 쌓아왔던 억눌림을 마지막에서야 터뜨린다. 온 몸이 풀린 채 카메라를 타고 스크린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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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두드리는 낮은 실로폰 소리와 강물 흐르듯 부드러운 음악, 카메라가 훑는 곳엔 불행했다고만 생각했던 마츠코가 간간이 웃고 있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모두 부르는 노래는 나를 채우고 우리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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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시마 테츠야 감독 정말 대단하다. 풍부한 색감은 화려하지 않지만 직관적으로 주는 느낌이 있다. 헐리우드 몽타쥬로 마츠코의 일생을 짧게 압축하여 감각적으로 만든 뮤직 비디오들에 넋을 놓는다. 관객의 마음을 조종하는 힘이 있다.


혼자가 되기 싫다는 그것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매달려서 제 모든 걸 주면서까지 불행했던 그녀는 어쩌면 사람이 사랑을 사랑하는 것, 사람은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하느님인지 모른다. 마츠코의 일생은 혐오스러웠지만 그를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는 너무나 큰 영향을 끼쳤다.  
'인간의 가치는 말야. 다른 사람에게 뭘 받았는지로 정해지는 게 아냐. 다른 사람에게 뭘 줬는지로 정해지는 거야.' 라는 말을 남기고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버린 영화 속 '쇼'의 여자친구가 한 말에서, 나는 계속 살아갈 희망을 조금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는 건 감각을 경계선 끝까지 밀어 붙이는 일이다. 하지만 그 감정은 설명할 수 없이 모호하다. 영화는 그런 모호한 감정들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를 보고 알 수 없는 무엇에 사로잡혀 그 무엇을 명확하게 하고 싶어 난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언어가 엉킨 감정을 풀어줄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지만, 사실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언어로 설명되지 않아도 좋다. 내 마음 해독하지 못해도 좋다. 그게 영화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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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사랑해서 평생 외로움에 사로 잡혀 살아간 마츠코, 인생의 마지막에 쓰레기 창고 같은 좁은 방에 혼자 들어서며 조그맣게 중얼 거린다. '다다이마' 다녀왔습니다. 그녀가 듣고 싶던 말 한마디는 그저 '오까이리'.. '어서와' 그 한마디였을 뿐인지 모른다.
죽은 마츠코와 마츠코의 여동생이 천국에서 재회하는 장면이 있다.
'오까이리' 여동생의 그 한마디에 희미하게 울 듯 '다다이마'라고 말하는 마츠코.
하루종일 떠다니는 그 이미지와 대사 때문에, 나는 영화를. 그리고 이 생을.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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