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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10 그 모든 거짓말에 맞서기 위해 1

그때만 해도 형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신입부원들 사이에서는 형이 무서워서 도망가려던 애도 있었어요. 그때 등산화를 바깥에 내놓고 잠을 잤다고 해서 형에게 얻어터진 적이 있었죠. 때리고 나서 형이 신입생들에게 물었어요. 아프냐? 우린 당연히 안 아픕니다, 라고 소리쳤고요. 그때 형이 그랬어요. 아프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다 느끼라고. 아픈데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죽기 싫어서다. 그래서 눈물은 조롱거리가 되고 아픔은 비난받고 두려움은 무시되며 믿음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산악인은 그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게 설사 죽음이라고 하더라도. 진정한 산악인은 그 모든 거짓말에 맞서기 위해 산에 오른다.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김연수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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