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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2 화이트 노이즈

화이트 노이즈

인용 2008. 3. 2. 21:34

호머의 오디세이아 버전이나 카프카의 버전은 결국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이성이 자연에 대해 승리한다는 것. 즉 합리적 존재로서의 오디세우스는 통과해서
죽 살아와서 우리까지 도착을 했다. 우리는 모두 합리적인 존재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또 하나의 버전을 말한다면, 합리적 오디세우스만이 통과했지
마스터에 묶여서 가고 싶어 하는 오디세우스는 지금도 몸부림치고 있다.
말하자면 ‘이분화 되었다’는 것.
그리고 모든 소설가들이(예술가들이) 멀쩡하게 합리적 존재로서 잘 살다가 왜 침대 속으로,
거적 속으로 파묻히느냐 그건 바로 다른 증거가 아니라
합리적 존재로서 오디세우스가 사이렌을 통과하고 그 통과가 끝난 것 같지만,
아마도 우리는 그 몸부림치고 가고 싶어 하는, 말 안 듣는, 합리적 존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끝까지 저항하는, 그 오디세우스는 놔두고 왔는지도 모른다



그 몸부림이나 외침이나 비명이 어쩌면 멀쩡하게 합리적 존재로서 잘 살아가는
그 누군가의 어느 날 밤이든, 꿈속에든 커피를 마시든 갑자기 들려올 수 있다.
그걸 바로 ‘화이트노이즈’라고 이야기한다.
그 노래가 들려오면, 그 소음이 들려온다면, 그것도 블랑쇼가 얘기했듯이,
아주 멀지만 바로 내 속에 들어있는, 그러므로 내 안에 들어있는 어느 먼 곳.
그것이 확인됐을 때, 우리는 ‘멀쩡하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아.
내일 시험도 보고 그래야 되는데 빨리 가서 자야지’ 그러고 말겠지만, 어떤 사람은
‘그 노래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그게 글쓰기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김진영_소설의 미로, 화이트 노이즈 강의 중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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