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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5 쥐의 죽음

쥐의 죽음

일상 2008. 2. 25. 03:01


민박집 청소를 하는 첫 날이었다 파란색 물뿌리개가 없어서 한참 찾다가 저기 산 밑에 굴러다니는 걸 발견하고 수풀을 헤치며 그 곳까지 걸어 갔다 키 큰 풀들이 매서워 자꾸 내 옷을 긁어 대니 그것들을 마구 밟으면서 걸었다 누런 풀 사이에 올바르게 서 있던 물뿌리개를 집어 들었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안에 얼음이 얼어 있었다 그걸 들고서 다시 길을 되돌아 가는데 자꾸 역한 냄새가 났다 이 풀밭에 동물이 똥을 눴나 보구나 뭘 먹었니 왜 이리 역해 또 신나게 풀을 밟으며 물 뿌리개를 흔들며 걸어 갔다 돌아와선 물 뿌리개에 고인 물을 털기 위해 뒤집어서 흔들 었다 얼음이 영 빠지지 않아서 가득 물을 담아 놓은 큰 다라이에 물 뿌리개를 푸욱 담궈서 물을 넣고는 흔들어 뒤집었다 뭉클 손에 무언가가 닿는다 얼음 사이에 휴지가 끼었나 더 열심히 흔들어 얼음을 빼려고 했다 그래야 물을 가득 담지 또 철벙 손에 뭐가 닿는다 썩은 냄새 역하게 올라 온다 심장이 철렁 해서 물 뿌리개를 바닥에 내려 놓고는 두 발자국 뒤로 물러 난다 마음이 철렁 해서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비스듬히 안을 쳐다 본다 얼음 사이에 죽은 쥐가 끼어 있다 살에 닿은 죽은 쥐의 손
왜 너는 그 작은 물뿌리개 안에서 물에 빠져 죽었니 너가 죽고 얼음이 언거니 얼음과 함께 끼어 죽은 거니 아니면 니가 그 안에 스스로 무덤을 만든 걸까 그렇지 않아 죽임을 당했을 지도 모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쥐의 죽음 나는 왜 너의 죽음을 더듬어 보려 하는가 어쨌거나 내 손에 묻은 너의 죽음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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