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우리에게 앞서 주어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믿음을 갖기 이전부터 이미 믿음의 대상이었다. 인간은 자신이 대상이 되었던 그 믿음을 통해서 어떤 대상을 믿을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은 매 순간 새로운 믿음을 성취해내야만 한다. 믿음의 세계가 부재한다. 그 세계에서는 개인이 함께 믿음의 대상이 되며, 설사 원하지 않더라도 모든 개인이 함께 믿음으로 만들어진다. 그러한 하나의 세계로서의 믿음이 부재한다. 아마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매 순간 스스로 직접 믿음을 쟁취해내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영예라고. 왜냐하면 그렇게 믿음을 획득하는 일은 저절로 주어지는 믿음을 그냥 얻는 것보다 인간에게는 더 어렵기 때문에. 하지만 더 어렵다고 하여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항상 긴장과 피곤을 요구하는 일은 인간의 기본구조에 반하기 때문에 옳지 않다. 인간이 언제나 깨어 있는 존재라면 장기적인 긴장도 인간에게 속한 속성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의식일 뿐만 아니라, 잠이며, 꿈이며, 또한 휴식이기도 하다. "잠자는 사람조차도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으며 이 우주 전체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에 참여하고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헤라이클레이토스)

 

『인간과 말』p34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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