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일상 2012. 7. 30. 01:08

모든 감정에 익숙해져 어떤 상황에서도 무덤덤해지는 게 꼭 성숙해지는 건 아닐텐데, 나이 헛먹었냐고 나이 먹는 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거라고 분에 못 이겨 누군가에게 화를 내본 적도 있는데, 그리되는 것이 꼭 성숙하고 나이 잘 먹어가는 건가 싶은 생각이 얼핏 들기 시작한 거다. 그럼 그건 매순간 덜 휘둘리고 덜 고통스러워지는 걸텐데 지금보다 더 관조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게 뭐 그리 더 좋은 태도인가 이젠 헷갈린다. 일년 간 줄곧 품고 있는 성숙,이란 단어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에 동그라미를 치고 그 옆에 내 나름의 정의를 적어 보는 것이 세월 가는 재미이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내 기준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낑낑 대다 결국은 이게 아니라는 생각에 곰곰해진다. 진정성이라는 말은 애초에 엎어졌다. 어쨌거나 이제 겨우 한 번 쓰고 한 번 그어 버렸다.

어떤 경험 안에서 수시로 '이게 다 성숙해지는 길이야'라 위로했다. 하지만 가끔은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이미 망가져 버렸다고 해버리는 게 '마음이 편할지도' 모른다. 아주 작은 상처에도 미친듯이 펄쩍 뛰며 상대를 사정 없이 몰아세워 보고 싶기도 하다. 벽을 탕탕 치고 땅을 꽝꽝 굴리며, 나는 망가져도 괜찮을 만큼 받은 상처가 많다고 결국은 바닥에 드러누워 펑펑 울어보는 것도 이젠 내게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이 (혹시 없을지도 모를) 슬픔, 분노 같은 감정들이 정신과 상담의 현장을 서성이다 발견 혹은 습득한 거라 영 찜찜하기도 하지만.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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