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일상 2012. 9. 2. 00:15

아무렇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은 일일까. 아무렇지 않아 할 만한 일이 아니면 아무렇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닐까. 아무렇고 아무렇지 않은 일의 기준은 뭘까. 아무렇고 아무렇지 않은 심정이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반복해서 떠올리게 되는 건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닌 거 아닐까. 반복해서 그 일을 떠올리지만 몸과 마음이 아프지는 않으면 아무렇지 않은 걸까. 이제 그만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을 내뱉어 볼까. 치유라는 말을 꺼내기 시작해 볼까. 그래볼까. 심정이 동해서 속시원히 내뱉을 수 있는 진심이 왜 한줌거리도 없을까. 이게 지겨워 나는 밥을 짓고 걸레를 빨고 헹주를 삶고 화장실 타일의 곰팡이를 닦고 빗에 낀 때를 벗겨낸다. 이불을 몸에 감고 이끝에서 저끝으로 도르르 구른다. 캄캄함에도 진심은 없다. 그러고보니 어릴 적부터 이불을 머리끝까지 당기고 자서 엄마한테 이마를 무지하게 맞았는데 어쩌다 그 버릇이 없어졌을까. 그런데 왜 나는 자꾸 본래의 화두를 흩트릴까. 아무렇지 않아서 일까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서 피해버리는 걸까. 아무렇고 아무렇지 않다는 말들의 반복 만으로 말들이 빙글빙글 내 정신도 빙글빙글 헷갈리다가 결국 심정을 알아채는 일은 저 딴 데 로 가버린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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