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하시

일상 2014. 6. 7. 02:48

짙게 분칠한 하얀 얼굴, 까만 단발머리, 노란 저고리, 빨간 치마. 그리고 검은 옷고름. 그녀는 키가 작고 몸집도 작지만 한복 안엔 살집이 꽤 숨겨져 있다.

그녀는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다.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잠시 정지.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 “와라오우!” 웃으라는 일본어가 들리고 그녀의 얼굴 클로즈업. 웃는다. 이를 드러내지 않고 입술을 한껏 올린다. 얼굴에 자글해지는 주름. 오십 대 후반의 여자. ‘김치-’ 라는 어색한 한국어가 들리고, 김치- 다나하시 에리코. 어디선가 부르는 그녀의 이름이 들린다. 찰칵. 

갑자기 한복을 입은 일본 중년의 여자들이 한꺼번에, 슬로우 모션으로, 그녀 주위로 몰려 들어와 살짝 분주하게, 이내 준비된 자세를 빠르게 취하고 동시에, 김치- 한다. 찰칵.  (2012. 01. 15)

 

 

 

지하철에서 실종자를 찾는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일본의 한 주부. 한국 연예인을 보러 이곳에 왔다가 실종됐다고 한다. 그 모습과 이름이 내내 맴도는 와중, 함께 떠올랐던 이미지들. 오랜만에 그녀의 이름이 다시 떠올랐다. 생사에 관한 소식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것 같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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