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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합의, 질문

일상 2015. 1. 25. 12:40


엄마가 내 삶을 존중해 준다면 난 훨씬 기쁘게 살아갈 텐데, 그렇다는 내 말을 엄마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전화를 건 엄마는 꽤 오랜만에 딸에 대한 푸념, 걱정, 비난을 섞어 풀어 놓았고(당신이 던지는 화살이 온전히 나를 향해 있지 않다는 걸 이젠 안다), 난 진지함 반 건성 반으로 반응하는데 갑자기 엄마가 벼락같이 따져 물었다.
“그래 너는 사는 게 재밌나.”

본능적으로 이건 고민할 문제가 아니란 걸 알았기에 바로 “응. 재밌다.”고 답했고,  

“그래 그러면 됐다. 재밌으면 됐다.”며 내 성의 없는 대답에, 엄마는 진심으로 답했다. 진심을 느꼈다.
엄마의 체념과 안심이 뒤섞인 그 말에 조금 미안했고, 조금 더 고마웠다.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에 나 역시 안심했다. 그래도 아직은 엄마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노력해보고 싶은 거다 어쨌든 내 방식으로. 
그리고 사는 게 재밌느냐는 질문이 꽤 많이 다른 당신과 나의 합의점일 수 있다는 것에 나는 평소보다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이제는 사는 게 재밌다고 쉽게 답할 수 없고, 어떻게 고민해도 답을 내릴 수 없는 세상이라서.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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