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문학 텍스트는 분석을 기다리는 보고(寶庫)이다. 잘 쓰여진 작품일수록 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해질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작품은 언제나 감동을 준다. 감동을 준다는 것은 쓰여진 텍스트가 살아서 그것을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감동을 느끼는 동안 우리는 마음에 와닿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확연하게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텍스트와의 그 어떤 교감으로 행복해 한다. 이런 행복감에 목말라서, 마음에 울려올 한 구절의 문장을 찾아서 우리는 수많은 책장들을 뒤적이고 서성거리는 것이 아닌가. 어쩌다가 찾아내는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마음에 새겨두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현실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텍스트 속으로 사라지고 싶은 것이 아닌가. 그 속에서 작가와 만나고, 책 속의 인물들과 만나고 진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가. 문학이 주는 이러한 마음의 움직임은 우리로 하여금 질서정연한 사물의 논리에 지배된 현실에서 한 걸음 비켜서게 만든다. 하나의 풍경은 언제나 <거기에 그대로> 있다. 다만 바쁘디바쁘게 돌아가는 리듬 속에서 언뜻 발견한 그것을 우리는 의식적으로 떨치고 또 잊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실타래 같은,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그 망각과 기억의 혼합물에 침식당한 정신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므로. 그러다가 한 편의 글이 그 풍경을 일깨워줄 때에 우리는 곧장 아, 그랬지, 그래, 거기 하나의 풍경이 있었어 하고 기억해 낸다. 문득 모든 것이 멎어 있는 하나의 풍경을 발견하는 아뜩함, 그 아뜩함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정지, 그러니까 휴식, 우리가 한 편의 문학작품에서 바라는 것은 이런 휴식이 아니던가.

오정희 작가론/최윤정(작가세계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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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모든 날들이 그러할 것이다.
바람이 내 앞에 놓인 끝없는 시간을, 전혀 믿지 않는 것을 믿는 체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할 그 지루한 나날들이 함성이 되어 숲을 흔들었다.

                                                                     -꿈꾸는 새, 오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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