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3.04 밤말은 쥐가 듣지요 3
  2. 2008.01.25 가을날/황인숙



자려고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계단에서 넘어질 뻔 한게 아니라 굴러 버렸다
젠장
번쩍 일어났다
주섬주섬 난로를 켜고
그러고 보니 양말도 벗지 않고 누웠구나
휴가 나온 친구와 제대한 친구와 술을 마시고
휴가 나온 친구의 애인인 내 사랑하는 후배도 만나고
제대한 친구는 여전하고 그래서 너무 좋고
여전하지 않은 변한 모습도 보여줄 것이기에 더욱 애절하고
웃고 웃고 웃고 웃고 웃고 웃고 웃고

이제 확실한 말은 피하는 친구 지키지 못할 말들에 대해서는 확언하기 싫다는 너의 말
,비틀거리는 친구를 택시에 밀어 넣고 문을 탕 닫는 순간,
그 순간 내 기력을 택시에 모두 담아 실어 보내는 기분.

뭘까..
 



세상은 참으로 정교 교묘하다
이토록 놀라운 순간들
내가 아주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런 것들은 주위에 포진하고서 나를 유혹한다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싸이렌의 유혹처럼 끝까지 따라가면 죽음인 것을
하지만 당장은, 심지어 고맙기까지 하다
잠시 번득하며 내가 이걸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사회의 엿같은 시스템 때문인지도 몰라
, 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나는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만 하는 것들을 정신없이 해결하는 데 몰두할 수밖에 없다


K가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이유없이 체포되는 되고 법정에 들락날락거리면서
모든 걸 바쳐 무죄를 입증하려 하지만 그렇다고 유죄무효의 판결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순 없고,
또 무죄를 입증하려 노력하는 순간 자신에게 죄가 있다는 것을 전제를 하게 된다는 억울함에,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비슷한 감정이다.



내일 아침은 신대철 교수님의 수업이구나. 기대된다 좋다 ..

교재는 물론이고 부교재에 온갖 책 다 뒤져서 읽으며 그렇게 열심히 시험 준비한 적 없었어요 여성학 더욱 사랑하게 해준 페미니즘과 정신분석학 최은영 교수님
근대성과 페미니즘 책 나 너무 열심히 읽었어요 수업도 눈알 빠지게 들었어요 교수님 너무 좋아서요 권김현영 교수님
오리엔탈리즘과 만들어진 전통 책 진짜 손때 닳도록 매만지고 옆구리에 끼고 다녔어요 교수님 수업듣다가 지적희열에 눈물 고인적 많았는데 모르셨지요 정선태 교수님
법대 교수님들 기득권 싸움에 정말 질렸는데 올곧이 제 걸음 가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이재승 교수님


눈알 빠지고 귓밥 놀라서 튀어 나오게 열심히 들은 수업들은 내 지난 학교생활에서 이것 뿐이던가 하하


갑자기 왜 교수님들 이름은 읊어 뭐하니 뭐하니 왜 갑자기 고백 아닌 고백.



단지 내가 믿고 있는 것은 내가 당분간은 죽지 않을 거란 것이고,
단지 내가 기뻐 하는 것은 내가 언젠가는 죽을 거란 것이다.

그래 당분간 죽지 않을 동안 화이팅

하루 종일 웅얼거렸던 말, 좋아 질거야 다 좋아 질거야, 이토록 통속적인 말 하지만 위안이 되는 말.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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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황인숙

인용 2008. 1. 25. 16:50

눈을 꼭 감고
"난 몰라. 이게 뭐예요!"
울려는 듯 비죽거리는
입을 뾰로통히 꼭 다물고
앞뒤 양다리를 뻣뻣이 모으고
옆으로 누워 있었다

새벽이면 쓰레기봉투들 거둬가는 곳 근처에서
우두커니 내려다보았던 어린 고양이

어디를 찾아봐도 보이지 않음으로
여름이 가버린 걸 알 수 있듯
아. 그렇게
죽음이 시체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도 속에서 질겨지는 시체들을.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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