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임 : 그런데요, 김동원 감독님의 이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아 이쯤에서 더 들어가서 더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도 있는데 멈추셨구나 하는 부분들이 많이 보이거든요. 그 이유도 알긴 알겠어요. 왜냐면 보니까 굉장히 그분들을 많이 배려하시는 것 같아요. 

동원 : 예 사실 좀 저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머뭇머뭇거리다가 다음에 하자 다음에 하자 그러다가 결국은 송환되신 거예요. 끝까지 제가 민감한 질문 같은 것들도 던지고 싶었고 논쟁도 하고 싶었고, 그랬었는데 음 그분들에겐 그게 제 본의와 다르게 아픈 질문이 될 수도 있고 또 송환 직전에 너무 바쁘시고 편찮으시고 해서 제가 끝내 질문을 못 드렸는데, 어떻게 보면 참 다행인 것 같아요. 

은임 : 이 다큐멘터리 영화 전편에 흐르는 것이 가끔 사운드가 안 잡히는 것도 있고 화면도 약간 더, 구도가 좀 더 잘 나올 것 같은데 안 그런 것도 있어요. 그런데 그 부분에서 감독님의 나레이션으로 '난 여기서 마이크를 더 가까이 가져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라는 나레이션이 나오더라고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영화를 찍으면서도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도 작가 입장에선 그러기가 참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영화 감독이라면 좀 더 좋은 화면을 잡아 내고 좀 더 좋은 소리를 잡아 내고 싶은 그런 직업 의식 같은 게 있을 텐데, 안 그러셨어요 감독님은.

동원 : 뭐 제가 직무유기를 한 거죠(웃음) 그런 프로페셔널리즘이 좀 저한테 아직 부족한 것 같고요. 저는 독립다큐의 어떤 매력이, 방송국에서는 그러면 쫓겨나겠죠 금방. 근데 저는 독립다큐를 하기 때문에 제가 좀 마음이 약해도 그냥 넘어갈 수 있어서 제가 기술도 부족하고요 장비도 저한텐 없지만, 최대한 다가가려고 하고 어느 순간에는 자제하고 그런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은임 :  지금 기술도 부족하고 장비도 없고, 라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송환>의 힘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감독의 시선이 처음부터 끝까지 드러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진심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남한에 있는 가족들을 찾아갔을 때 그들의 이야기를 더 담아낼 수 있었는데 감독님은 그 자리에 더 오래 계시지 못 하더라고요. '난 더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카메라를 더 들이댈 수 없었다'고 하면서 나오더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다큐멘터리를 종종 보는데 특히 <볼링 포 콜럼바인>의 마이클 무어 다큐멘터리도 예전에 많이 봤는데 요즘은 보기가 힘들어요, 왜냐면 너무 조롱하고 너무 비판해요. 그러다 보니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그 목적이나 그 의도는 분명히 알겠는데 보면서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이 상처 입을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하게 느껴지니까, 좀 힘들어요. 그래서 그것이 저를 변화시키지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김동원 감독님의 이번 <송환>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눈물을 쏟고 감동을 받았고 열정을 되살리게 됐다고 이야기 하는 부분이,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으면서 이야기할 것은 다 이야기하고 나즈막하게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기 때문에 아닐까 싶거든요. 어떻게 배려하고 겸손하면서 비판은 놓치지 않을 수가 있죠?

동원 : ..... 글쎄요. 제가 뭐 충분히 비판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은 어떻게 비판해야 하나 하고. 그래서 사실은 일본인 친구를 내세워서 저 대신 비판해달라고 그런 나쁜 역할을 맡긴거고요. 그 친구가 저를 도와줬고 사실은 그 친구한테 미안하죠. 

2004년. 4월 9일 방송. <송환>의 김동원 감독 인터뷰 중에서


 그리고,
인터뷰 마무리를 하면서 정은임이 김동원에게 이런 말을 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묵묵하게 하는 작업, 계속 하셨으면 좋겠다고. 이 말이 오래 남는다. 오롯이 제 의지로 해나가는 일 그렇게 제 의지로 만난 사람과 세상에서 얻은 책임감이 다시 동력이 되는 일.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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