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일상 2013. 9. 15. 04:19


카키색에다가 검은색을 많이 섞어 색이 좀 점잖았고 표면은 벨벳 같은 것이어서 문지르는 대로 결이 쓸렸다. 안감은 두툼한 흰 털인데 그게 무슨 털인지는 한 번도 알 생각을 못 하였다. 그 흰 털이 목 위까지 올라와 있어서 자크를 끼워 목 끝까지 올리면 목도리를 한 것처럼 따뜻했다. 내가 입으면 기장이 엉덩이를 조금 못 덮을 정도까지 내려와서 아무데서나 엎드려 자도 맨 살 보일 염려는 없는 옷이었다. 가장 좋은 건 주머니가 아주 깊다는 것인데 작정하고 주머니를 뒤지면 잊고 있던 물건도 나오고 그랬다. 휴대폰을 넣고 카드 지갑에 또 그 위에다 손을 얹어도 넉넉한데 그 깊숙한 아래에 집 열쇠가 이미 들어 가 있고 심지어 받고 잊은 명함도 주머니 벽에 오래 붙어 있기도 하는 식이었다. 한겨울에 입고 다니면 바람도 못 뚫고 둘어와서 오래 걷다 실내로 들어가 자크를 내리면 옷 안에서 시큼한 냄새와 함께 따뜻한 공기와 훅 올라왔다. 옆으로 기다란 흰 종이백 안에 들려 내 손에 쥐어진 옷. 다음 날 풋내 나는 새 옷을 목 끝까지 올려 입고 호수에서 돌도 던지고 난로가 있는 식당 안에서 전도 먹었다. 겨울엔 줄곧 이 옷만 입었다. 창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오는 겨울 책상에 앉아 무얼 해야 할 때, 내복 위에다 그 외투를 입고 있으면 참말로 따뜻했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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