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론적으로 눈물을 흘리지. 그리고 내가 하나도 진지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6.18 생경한 말들, 생경한 얼굴들, 생경한 .. (2)


발췌_고바야시 히데오 평론집_ 문학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런 생각을 종종 해. 우리들은 모두 각자의 생생한 경험 맨 꼭대기에 기이하게도 생경한 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다만 그런 말들은 당연히 교환가치가 부족하니까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데 지나지 않는 거야. 만일 그런 말들을 한데 모아서 확실하게 쳐다볼 수 있다면, 우리들 모두는 말이라는 것이 인간의 표현 중에서 가장 고급스런 것이라고 수긍하게 되지 않을까?
어찌 됐든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에서 쓰여진 소설이나, 시를 쓰고 싶은 마음에서 쓰여진 시의 범람에 모든 흥미를 잃어버린 지금, 나는 남들이 하는 그러한 말들이 내 마음에 부딪힐 지극히 드문 기회만을 바라고 있다고 해도 좋을 거야.


오른쪽에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자연스럽게 왼쪽을 쳐다보았어. 하려고 하던 말과 전혀 다른 말을 하면서도 태연했지. 전차 속에서 갑자기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싶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서 그에게 말을 걸었어.


인간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 과거와 허영. 이 두가지의 명백한 의미를 이미 나는 잃어버린 것 같아. 그만한 나이에 자기 몸 하나 챙길 줄 모르다니 우습지도 않다고 사람들은 말하지. 나도 우습지도 않다고 생각해. 단지 요즘 이 우습지도 않다는 말의 의미가 점점 더 아리송해지는 게 답답하네만, 무슨 일이든 정확한 의미를 파악한다는 게 몹시 힘들게 느껴져. 다시 한 번 말하네, 나는 지금 몹시 진부한 한탄을 하는 중이라고.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바다는 파랗다고 배운다. 그 아이가 눈앞에 펼쳐진 시나가와 바다를 사생하려고 하다가 바다색이 파랗지도 빨갛지도 않은 걸 느끼고는 아연해져서 색연필을 내던졌다면, 그 아이는 천재다. 그러나 일찍이 이 세상에 그런 괴물은 태어난 적이 없다.



갑자기 나는 앞에서 컵을 들고 있는 남자가 망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본다네. 왜 그의 모습은 놀랄 정도로 인간과 닮은 것일까? 또는 인간이 그런 식으로 운동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도르래와 톱니바퀴를 몇 개나 필요로 할까? 아니 그보다도 왜 나는 그와 기묘하게도 비슷한 모습을 한 생명체란 말인가? 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왜 타인이 그 언저리를 어슬렁거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나는 결론적으로 하품을 하지, 그리고 내가 하나도 졸리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



자네만큼 남한테 배우지도 않고 남한테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 사람도 드물 거야. 그런 자네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자네의 천재성이 나를 황홀하게 만든다네. 자네의 이런 부분이 그 밖의 부분들과 잘 조화되지 않을 때, 특히 자네는 아름다워. 결코 무장한 적이 없는 자네의 마음은 어떤 자잘한 이론의 틈새도 태연스럽게 빠져 나갈 만큼 유연하지만, 또한 어떤 뜻밖의 농담에도 상처받지 않을 만큼 단단하지. 농담에 상처받는다는 말은 이상한 말이지만, 정상적인 말에는 얼마든지 발뺌을 준비하는 주제에, 아주 사소한 농담에는 속을 태우는 사람들을 나는 질릴 정도로 많이 만났거든.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을 입다물게 하는 일만큼은 자신이 있어.



인간이 인간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나는 그다지 믿을 생각이 없다. 자신을 냉정하게 관찰해 보는 게 좋다. 그떄, 마치 육체 속으로 이물질이 들어오는 고통을 느끼듯이, 관찰이라는 이물질이 침입해 오는 불쾌감을 느껴 보지 못한 정신은 살아 있는 정신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히에이잔에 있는 한 신사에 남의 눈을 속이며 무녀 행세를 하던 풋내기 여자가, 밤이 깊어 사람들의 기척이 사라진 후에 십선사 그림 앞에서, 통통통 장구를 치면서, 맑은 목소리라 '아아 다 그렇고 그런 것이로구나' 라고 탄식하며 노래를 부를 제. 사람들이 그 노래의 뜻을 묻자 대답하여 말하기를, 생사무상(生死無常)을 생각하니, 이 세상의 모든 일은 그렇고 그런 것이로다. 내세를 도와라라고 말씀하시도다, 운운."


"우리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표현에 의해 이해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고 발레리는 말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