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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물

일상 2008. 5. 1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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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엔 물이 스며 있다
내 어릴 적 외할아버지댁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내게는 막내이모의 고향으로 더 기억되는 곳

갑자기 송아지 달려 들어 놀라 주저 앉아 한참이나 꺼이꺼이 울자 놀래 달려오던 이모
너른들에서 뽀빠이바지 입은 동생과 발레하듯 쭉쭉 다리찢으며 날아다니면 사진을 찍어주던 이모
겨울이면 사촌들과 혼이 빠질 때까지 눈싸움하고 있으면 밥먹으라고 썽을 내던 이모
막내 이모가 두레박으로 척척 물을 긷던 아주 작은 우물이 있던 곳
난 어릴 적 막내이모가 하던 버릇은 다 따라했다  이모는 할머니댁 초가집 마루에 앉아 나를 바라보며 얼 굴 도 닮 으 라 말했다 그 앞에서 난 발라당 누워 간혹 코숨을 쉬며 강정을 씹었다

막내 이모는 내가 슬플 때 항상 곁에 있었는데 난 내가 기쁠 때 이모와 나눌 생각은 못했다
세월이 조금 더 흘러 내가 축구하느라 정신 팔려 있던 시절 그 사이 사진 속 이 곳은 댐이 되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다른 곳에서 벽돌집을 지으셨다
막내이모는고향을잃었다

추억은 물에 잠겼다 그 곳에 깜빡하고 두고 온 막내이모의 일기장은 없을까 난 언제적 훔친 막내이모의 일기장을 하나 가지고 있다 난 그 속에 적힌 시들 옆에 간간이 그림을 그렸고 자취방에 홀로 누워 언니가 나를 보러 집에 오지 않는다고 속상해하던 일기에 재밌어 했다 훗날 난 이 얘기를 꺼냈고 이모는 코웃음을 치며 그런적 없다 수줍어 모른척 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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