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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1 부디 나의 뜻대로 아무것도 되지 마소서 (1)

하필이면 이 시간 바로 지금 당신의 새로운 글을 보게 되다니요.
그러잖아도 흔들리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하고 이제서야 비로소 평화로워진다.

내일 책을 사야겠다.

여전히 조심스럽게, 수주웁게
'그래도 된다면, 그대 마음을 빌어 위로받고 싶어요. 그대 글 말고 그대 마음'



생활여행자, 유성용

<서문>


나의 것도 아닌 일상, 그렇다고 당신의 것도 아닌 일상
말하자면, 누구의 것도 아닌 일상.


이것은 생활을 여행처럼 할 수 있다는 제안서가 아니다. 다만 방대한 공해 속을 걷다 깜빡깜빡 죽고 깨어나던, 벗어나지도 뿌리내리지도 못한 누군가의 일상의 기록이다. 생활은 ‘한 사람 몫’의 인생을 감히 넘어서지도 그리고 함부로 넘어설 수도 없는 영역이다. 그곳에서는 이름도 없는 우연의 사건들 그리고 무수한 진정성들이 거짓과 아무런 구분도 없이 험하게 그러나 별 무리 없이 펼쳐진다.

그 속에서 열심히 나에 집중하며 서른여덟 해를 살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길을 모르는 나에게 내가 길을 물었던 기억. 지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한 마디는 나라는 것은 그렇게 열심히 살아봐야 허공에 거대한 구름을 피워 올리는 일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열심히 살았다는 것은 사실 아무런 최종심급도 아니다.

생활여행자란 무엇인가. 그것은 생활에서 나의 집을 잃고, 나의 가족을 잃고, 나의 친구와 애인을 잃고 뿌리 없이 사는 이야기다. 마치 여행 속에서 우리가 그래야 하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나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내 밖의 풍경과 사건들 속을 헤매면서 나의 것도 되지 못하는 누군가의 일상 속을 걷는 일이다. 급박하고 변화무쌍하면서도 한편 너무 따분한 이생에서 우리가 뭔가를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늦은 일이다. 사랑하면 당신의 사랑은 이미 고갯마루를 넘어선 것이며 이제 너무 혼자라면 그대는 이미 혼자인 시간들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죽고 싶다면 이미 살만해지는 것이고, 살만하다면 이제 죽을 일만 남은 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모든 늦어버린 것들의 기록이다. 세상에 대해 코멘트주의자가 되지 마라. 생활이든 여행이든 그것은 온전히 체험하는 자의 몫이다. 그것은 내 속에서 홀로 하는 자문자답이 아니니, 차라리 나의 기원은 이런 것이어야 하리. 부디 나의 뜻대로 아무것도 되지 마소서. 그때라야 얼핏 고질적인 버릇과 증상으로 열심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나라는 허튼 구름의 무늬라도 눈치 챌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내가 나일 때 당신은 당신이 아니고 나에 갇힌 또 다른 나였으니, 내가 모래알처럼 작아져서 나도 모를 무엇일 때에라야 당신은 혹 살아있는 당신이 될까.

세상은 나와, 나와, 나와, 나의 구름밭이다.  

쉬!

사는 일의 현명함을 구하지 마라.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