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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콤퓨타

일상 2011.02.06 01:18

요즘 엄마는 컴퓨터 공부 중이다. 아픈 몸으로 책가방 메고 학원 다니며 용케 검정고시를 통과하더니 이젠 컴퓨터에 열심이다. 몸이 아파서 못 하겠다고 투덜대면서도 구청에서 공짜로 가르쳐 주는 컴퓨터 교실에 꾸역꾸역 잘도 가는 모양이다. 서울로 돌아오기 전날, 컴퓨터 앞에 엄마랑 나란히 앉았다. 인터넷 창을 켜선 검색창에다 커서를 놓곤 엄마 검색하고 싶은 거 쳐보라 했다. 자판 위에서 한참 손가락 둘 자리를 찾더니 야곰야곰 한 자씩 친다. '진각스님'. 검색을 했는데도 엄마가 찾고 싶어하는 그 스님 관련 정보는 하나 없다. "돌아가신지 십 년이나 지나삐서 그런갑다." 섭섭한 목소리. 진각스님, 엄마가 제일 좋아하던 스님. 십년 전 스님이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엄마는 서둘러 절로 뛰어가선 밤을 지샜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엄마는 절 합창단엘 들었고, 진각스님은 합창단원들이 노래를 부를때면 신이 나서 허벅지에 멍이들 정도로 손바닥으로 치며 박자를 맞췄다고 했다. 종교도 없던 엄마가 절로 간 사연, 그리고 만난 진각스님, 많이 의지했던 사람, 이었을 게다. 별로 안 유명한 사람은 안 나온다고 일러주곤 이제 한글 창을 켠다. "여기엔 엄마 쓰고 싶은 거 다 써도 된다" 2011년 2월 5일이라고 썼다. "엄마 일기 써라" 야야 쓸 말이 뭐 있노, 란 답에 나는 얼른, 오늘은 설날의 마지막. 이라고 쓴다. 몇 초 침묵하던 엄마, "설날은 기분 나쁘다" 고 말로 내뱉는다. 그래그래 신이 난 나는 그거 쳐봐라고 부추긴다. 명절만 되면 기분이 나빠져서 못 살겠네, 하던 엄마. 다시 자판 위에 한참 손가락 자리 잡고는 야곰야곰 한 자씩 쓴다. 설날은 기분이 나쁘다. 그러더니, 아빠 이름을 쓰고는 나뿐놈. 이라 쓴다. 써놓곤 엄마랑 나는 깔깔깔 웃는다. 왜왜 기분나쁘노. 그러자 엄만 "몰라, 그냥 그래." 그런다. 그런 엄마 모습이 애 같아서 난 재밌다고 계속 웃었고, 웃었지만 울컥했던 마음. 엄마가 글을 많이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