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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06 설레임을 좇아 살아가고 싶다


#1. 언어를 안으로 삼키는 침묵 속에서 글을 읽는다. 하지만 때로 마음에 드는 글귀가 나올 때면 좋아하는 음악들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한다. 그리곤 다양한 멜로디에 맞춰 글을 읽기 시작된다. damien rice, monla, 스위트피, 루시드 폴, 허밍어반스테레오.

" 사랑은 일상을 다해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사이에 놓여 있는 여백입니다. "

허공을 유영하는 언어들은 자유롭게 멜로디와 접속한다.



#2. 쉽게 이해되지 않는 글을 읽었다. 하지만 애써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그 글의 언어들은 곧바로 내 몸에 들어와 구석구석을 떠돌며 세포를 밝힌다. 이유도 모른 채 감정이 들썩인다. 글을 읽는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시인 김경주의 글이 그랬다. 나를 비우고 싶을 때면 그의 시를 읽었고 이 세계에는 없는 듯한 언어들의 조합들은 낯선 감성을 일으켰다. 그냥 그게 좋았다. 그런 모든 과정이.

#3.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하는 부대행사에 낭독이벤트가 있었다. 그 날은 김경주 시인과 북밴이 함께 하는 김경주의 여행 산문집 passport 를 낭독하는 날. 그리고 passport 의 사진작가 전소연씨의 전시회인 '앨리스 증후군' 도 마련됐다.

                          앨리스 증후군은 미지의 세계에서 돌아오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이다.

하나의 사랑 앞에서 우리는 모두 영원히 지상으로 착륙하고 싶지 않은 비행기이고 싶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이쪽의 설렘이 왜 그쪽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굳이 오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여행의 동기 같은 것이라고 나는 아직 믿고 싶다.  _ 앨리스 증후군, pas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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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에서 가져 온 모래를 상징한다.앨리스 증후군 사진전



곧 김경주 시인의 '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숨는다' 라는 글의 낭독이 시작됐고 이어서 그 글로 만든 노래를 북밴이 불렀다. passport에 실린 유목의 땅 고비에서 바람이 불어 오기 시작했다. 노래소리와 바람이 마주치면서 맑은 소리를 낸다.

나는 지금 당신과 나의 '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나는 지금 하나의 '사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여백은 무엇인가요? 당신과 나의 '사이'에서 무엇을 비워야 한다는 것인가요? 마른 공허들이 흙바닥 위에서 뒹굴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길을 걸어 왔습니다. _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 숨는다, pas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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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밴



북밴은 문학작품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그룹이다. 단순히 시에 멜로디만 입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을 토대로 가사, 멜로디, 리듬을 새롭게 만들어 하나의 완전한 작품을 탄생시킨다고 한다.

책 passport는 여행산문집이다. 유목의 땅 고비에서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까지의 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김경주 시인에게 여행은 '설렘을 가장 크게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깨달음을 얻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단다. 깨닫는 건 곧 설레임이 깨어지는 것이었다. 그저 짝사랑하듯 닿을 듯하지만 만날 수 없는 아슬아슬한 설레임을 좇으며 살아 가고 싶다며. 전주에 온 그는 처음의 설레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했다. 그에게 전주는 학창시절의 뜨거운 시간을 보내며 많은 시를 쓴 곳이다.

그에겐 시 역시 설레임이다. 이해할 듯 못할 듯한 느낌을 즐기면서 그는 그렇게 시를 읽는다. 그는 '내가 쓰는 모든 글이 나의 인생관' 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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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전소연 사진작가, 오른쪽은 김경주 시인



그랬다. 그는 '남들이 만들지 않은 언어의 질서를 만들고 싶다' 고 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확실성을 추구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내 육체는 확실하지 않아서 자주 영혼을 공모하였습니다. 내 안의 뻔뻔하고 추하고 속물스러운 것들은 모두 내 언어들이 나에게 하는 구애라는 것을 묵묵히 견뎌야 했습니다'

그가 밤마다 글을 쓰는 언어들은 당신과 나의 '사이'에 있는 혼수상태와도 같은 것 이었다. 그 리고 그 깊은 혼수를 견디고 나면 매번 새로운 언어가 태어났다. ("나는 당신과 나의 '사이'에 숨는다" 인용)

어느새 사막 고비에서 불어온 바람이 광장에 가득 모였고 전주의 하늘은 금방 눈물을 툭툭 흘릴 듯이 새하얬다.





                                                                         김경주의 시 '우주로 날아가는 방' 으로 만든 노래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