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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

일상 2009. 1. 21. 00:10


# 작년 한 수업 시간에 전두환이 스포츠로 은폐한 부조리한 일들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게 됐다. 아마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꽤 오래된 티비 다큐물이었을 것이다.
전두환 저새끼 저새끼 하다 결정적으로 억 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다. 아주 짧게 지나가는 장면이었다. 88올림픽 당시 판자촌이 미관을 해친다 하여, 정부는 판자촌에 사는 사람들이 땅에 굴을 파서 살게 했다. 판자촌을 철거당한 사람들이 고속 도로근처에 판 땅굴로 들어가는 모습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하도록 발상 자체를 했다는 것에 경악했다. 88올림픽 당시 가난한 사람들이 자꾸만 주변으로 밀려야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흑백영상에 표정조차 읽히지 않는 사람들이 땅굴로 들어가는 모습은 나로 하여금 화보다 수치감을 주었다. 그렇게 하라고 한 정권보다 그렇게 땅굴에서 생활하기를 수용했다는 사실이 더 속상했다.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인간들의 예의가 혐오스러웠다.


# 철거민들이 죽었다. 진압하던 경찰도 죽었다. 사람들이 죽었다. 자꾸만 삶을 죽음에 대한 반작용으로 만드는 사건들이다. 
거리를 걷다 멈추어 문방구 앞에서 아저씨들이 대화하는 걸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목숨이 중요하지. 철거민들도 제 목숨까지 내놓고 싸워야 했나"
맞다. 어떻게든 죽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들은 살기 위해 싸운 것이지 죽을 작정을 하고 싸운 게 아니었을 것이다. 어제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자 한 아저씨가 '또 누구 한명이라도 죽어야지 정신을 차리지' 라며 물대포 차를 향해 달려 갔다. 그러면 안된다. 어떻게든 죽는 건 안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나면 나는 왠지 무기력해진다.  

#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재산 한 푼 더 모으려고 건물짓고 땅 투기 하는 짓들. 제발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돈이라는 허상에 왜 그리도 제 목을 매달지 못해서 안달일까. 인간과 돈에 대한 예의만 있을 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물들에 대한 예의는 없는 곳. 사유하지 않는 곳. 
있는 자들 더 배불리려고 내가 왜 쫓겨나야 하나. 더구나 그렇게 무자비하게 쫓아내는 건 개발을 위한 철거가 아니라 추방하기 위한 추방이다.  개발이라는 명목조차 납득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다.

가난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말을 믿으며 나 하나 그렇게 생활한다 해도 세상은 변하는 것 없다. 이런 사건들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왜 일까. 그래도 내 주위 사람들은 여전히 따뜻한데..
제도 때문인걸까. 그러고 보면 건물 사고 팔고 주인과 세입자의 권리 등 법에 이미 다 나와 있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 그거 지켜야 마땅한건데, 이제와 보니 대체 그런 법들에 누가 동의했고 누가 만들었는데 이렇게 눈덩이처럼 불어 닥쳐 사람을 죽이나. 



어제 이 장소엘 가보고, 내가 한때 뻔질나게 지나다니던 길이라는 걸 알았다. 수도 없이 이 건물을 봤었겠지. 왠지 도시의 모든 건물이 시한폭탄같다 느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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